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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Mar 15. 2024

"숨을 멈추고, 그대로 릴리즈"

활이 탕 하고 박히는 순간

자갈이 깔린 양궁장 위에는 지붕이 마치 횡단보도 줄무늬처럼 드문드문 덮여있었다.

그리고 활 거치대에 화살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일단 팔 보호대와 가슴 보호대를 착용해 주세요. 그리고 팔길이에 따라 화살을 다르게 써야 하니 이곳에 와서 팔을 뻗어주세요."


팔을 뻗고 팔 길이를 잰 뒤, 깃이 주황색인 화살을 받았다. 앞으로는 이 색의 화살을 쓰라고 했다. 그리고 가죽이 달린 반지 같은 것-핑거탭-을 오른손에 끼우라고 했다(왼손잡이라면 왼손에).


A가 여성 B가 남성용(이었나?)

여성과 남성의 완력이 다르기 때문에, 활도 성별에 따라 다르게 들어야 했다.

활은 양궁의 나라에서 만든 멋들어진 나무활이었다. 삼익에서 만든 활이었는데 이상하게 내 머릿속에서는 영창피아노의 CM송이 흘러나왔다.


온세상에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삼익피..???어라?


"오늘은 처음이니 6m에서 쏘겠습니다. 버저가 한 번 울리면 기준선 위에 서서 자리를 잡아주세요."


촘촘하게 사람들이 옆으로 섰다.


"두 번 울리면 활에 화살을 끼우고 과녁에 쏴 주세요. 숨을 멈추고, 그대로 릴리즈하세요"


화살의 깃 뒤에 있는 홈을 활에 끼운 후 팔을 올려 왼손으로 핸들을 잡아 활을 고정하고 오른손가락 두 개로 스트링을 잡아당기니, 팽팽하게 활이 늘어나며 끼기긱하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의 화살이 과녁에 맞는 소리를 시작으로, 퍽, 탕, 콱하며 화살이 박히기 시작했다.


내 손에서 날아간 화살은 과녁 중간에서 약간 오른쪽 위에 박혀 있었다. 희열이 느껴졌다.


모두 초심자라 화살이 여기저기에 흩어지며 박혔다. 퍽, 하는 소리는 과녁을 빗나가 과녁 뒤의 다다미에 박히는 소리. 콱하는 소리는 천정의 나무판에 활이 박히는 소리였다.


"옆 사람이 활을 쏠 때에는 활을 쏘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그리고 활을 다 쏜 후에는 옆 사람이 활을 쏘는 자세인지 확인 후 안전선 뒤로 물러나주세요."


모든 사람이 활을 다 쏘고 안전선 뒤로 물러났다.


"부저가 세 번 울리면 과녁 앞으로 걸어가 점수를 확인하며 활을 뽑아주세요."


차륵 차륵 차륵, 자갈이 깔린 땅 위를 걷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과녁에 다다르니 내 과녁에는 다른 이의 활도 박혀 있었고, 내가 쏜 활은 옆 과녁에 박혀 있기도 했다.


"와, 정말 어렵네요."


옆에서 활을 쏜 아담한 체구의 여성이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네, 마음대로 안되네요."


여섯 발의 활을 갈무리해 활통에 넣고 안전선 밖으로 걸어가며 팔을 쭉 펴는 게 어렵다, 손가락이 생각보다 아프다란 이야기를 했다.


"다음 시간에는 스트링을 활에 끼우는 것을 배우겠습니다. 비 오는데 수고하셨어요. 활과 화살, 보호구를 반납하고 스트레칭을 한 후 해산하겠습니다."


정리 후, 버킷햇을 쓰고 와서 양궁 국대 같았던 친구와 흥분상태로 양궁장을 빠져나갔다.


"첫날부터 활을 쏠 줄은 몰랐어!"

"난 과녁에 네 개나 맞췄다!"

"가운데가 아니라 좀 아래를 향해 쏴야 잘 맞더라."

"그런데 활이 삼익이었던 거 알았어?"

"하나님이 보우하는 우리나라 활을 여기서 볼 줄이야."


버저가 한 번 울리면 준비, 두 번 울리면 릴리즈, 세 번 울리면... 뭐더라?


이렇게 그날의 복습을 하며 첫 베어보우 수업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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