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는 짧다

여름이 오기 전에

by studio imparo 소희

벌써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4주가 이렇게 빨리 지나갔나 싶었다.

어느 자리에 누가 앉으시는지, 질문 많이 하시는 분이 누구인지, 손이 크셔서 터치가 힘드신 분이 누구인지 4주 만에 생긴 익숙함이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복습부터


복습으로 시작했다. 지난 3주 동안 막히셨던 부분들이었다.

그리고 본 수업은 두 개의 앱을 동시에 켜서 보는 분할 화면으로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면서 메모를 하거나, 지도를 보면서 전화를 할 수 있다. 제일 인기 많은 분할화면은 연락처를 옮겨 적을 때나 계좌번호를 확인할 때였다.


"이렇게 하면 좀 더 편하네"


작은 발견이 큰 즐거움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표정을 보려고 수업을 준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몰랐던 혜택


정부 24를 열었다. 내가 주로 쓰는 건 문서 출력이지만, 이분들께는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나만의 혜택'

내가 받을 수 있는 복지 혜택이 한눈에 보인다. 몰라서 못 받던 것들이 화면에 쭉 펼쳐진다.

한 분이 화면을 보시다가 말씀하셨다.


"이런 게 있었어? 나는 왜 이거 몰랐지? 확인해 봐야겠네."


이미 받고 계신 분들은 옆에서 거드셨다.


"나 겨울 난방 지원금 받았어. 신청하면 돼요."


서로 알려주시고, 메모하시고 내가 가르쳐드리는 게 아니라 선생님들끼리 나누는 시간이 됐다.

몰라서 못 받던 것들, 알고 나면 받을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하셨다.


“우선 신청 버튼을 누르시고 그래도 궁금하시면 해당 주민센터에 가서 문의하세요. 주민센터에서 먼저 챙겨주는 혜택도 있지만 신청해야만 주는 혜택도 있어요.”


선생님들의 표정을 보니 알려드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한다’라고 글자를 넣어야 하는데


마지막은 갤러리 정리하기와 AI 슬라이드 영상 만들기로 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슬라이드 영상을 삼성 갤러리 AI가 만들어 주었어요. 보시고 마음에 드는 슬라이드 영상이 있으시면 저장하세요.”


“어! 이런 영상을 언제 만들었대~”


“어떻게 알고 이렇게 만들었지?”


신기해하시고 그 당시의 기억을 소환하면서 즐거워하시기도 했다.


“선생님들이 보신 슬라이드 영상을 우리가 직접 만들 거예요. 먼저 영상 만들기로 가셔서 사진부터 고르겠습니다. 제가 시연을 할 테니 화면 먼저 보시고 그다음에 하나씩 실습할게요.”


사진을 가져오고, 음악을 넣고, 글자까지 넣기를 시연해 드리고 선생님들이 하나씩 하고 계시면 가서 확인해 드렸다. 너무 귀여운 사진으로 슬라이드를 만드는 선생님옆에 섰다.


“우리 손녀딸이야. 너무 예쁘지? 여기에 ‘사랑한다’라고 글자를 넣어야 하는데 어떻게 한다고 했지?”


같이 화면을 보면서 글자도 선택하고 사랑스러운 아기에 어울리는 음악도 선택하시도록 도와드렸다.


"어머, 너무 귀여워."


교실이 밝은 표정으로 환해졌다. 다른 분들도 화면을 들여다보시며 집중하시는 모습에 또 하나의 즐거움을 알려드린 것 같아서 뿌듯했다. 작은 사진 하나가 추억이 담긴 영상이 됐다.

그 영상을 반복해서 보시는 분의 얼굴이 손녀딸만큼 더 화사해지셨다.


여름이 오기 전에


수업을 마치며 말씀드렸다.


"4주 동안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 잊어버리셨다 싶으면 여름 오기 전에 한 번 더 불러주세요.

다시 와서 복습 강의 하겠습니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갔어요."


마지막 주에는 독감으로 매주 열심히 오시던 세 분이 빠지셨다. 못 오셔서 많이 속상해하셨다고

복지사 선생님께 전달을 받았다. 그 마음이 더 고마웠다.


가방을 정리하고 있는데 한 분이 물으셨다.


"다음 강의 어디서 해요?"

"영등포 복지관에서 해요."

"영등포로 내가 가면 되나요?"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수강 후 소감


“내가 지난주에 친구들 모임에 갔는데 친구들이 AI를 잘 모르더라고.


내가 AI 쓸 줄 안다고 자랑을 좀 했어. 내 어깨에 힘을 빡! 줬어.”


그 말을 하시며 다시 어깨를 으쓱 올리셨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면서도 그분의 모습이 생각나서 입꼬리를 올라간다.


그리고 며칠 후, 관악 복지관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새해 인사 톡이 왔다.


"어르신들이 아직도 GPT 수업 이야기 하세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복지사 선생님이 보내주신 새해 카드는 온기를 가득 보내왔다.

4주가 끝났지만 그 교실은 아직 끝나지 않았나 보다.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나면 늘 진이 빠져 지쳐 있었다. 하기 싫은 숙제를 해야 하는 학생을 달래서 수업을 듣게 하고 숙제를 주는 사이에 내 에너지가 스르륵 나가서 남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중장년 수강생분들과 함께 한 4주는 매번 수업이 끝나면 살짝 상기된 채로 집에 왔다.

4주는 짧았다. 다음 주는 영등포구 복지관이고 시니어분들이다. 관악구 복지관의 중장년층과 어떻게 다를지

벌써 궁금하다.


내 시계는 여전히 현역의 시간을 가리키고 있다.






아자아자! 박소희.

오늘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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