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 안 되는 말을 했다

실수와 사과 사이

by studio imparo 소희

3주 차가 되니 수업을 듣는 선생님들 얼굴과 강의실이 익숙해졌다.


지난 2주 동안 수월하게 따라오셨던 분들이라 이번 주는 내용을 더 채웠다.

빼곡한 커리큘럼을 보며 잠깐 숨을 골랐다. 할 수 있다.



이중 방송


홈 화면 정리 시간이었다. 모르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질문이 쏟아졌다. 보조강사님이 옆에서 도와주셨다.

그런데 점점 이상해졌다. 보조강사님도 신이 나신 거였다. 설명하다 보니 흥이 오르셨는지, 목소리 톤이 점점 올라가셨다. 어느 순간 내 목소리가 보조강사님 목소리에 묻히는 상황이 됐다.


참았다. 한 번, 두 번. 쉬는 시간에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선생님, 목소리 조금만 낮춰주시겠어요?"


수업 중이었다. 보조강사님의 얼굴이 굳으셨다. 당황하신 표정을 보고 나도 굳었다.


아, 지금 말하면 안 됐는데…. 교실이 잠깐 어색해졌다.

쉬는 시간에 바로 찾아갔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괜찮다고 하시던 보조강사님이 결국 눈물을 흘리셨다.


정말 죄송해요. 쉬는 시간에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2교시 내내 보조강사님은 조금 의기소침해 보이셨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 챙겨 온 간식도 드렸다. 내 실수였다. 16년 동안 강단에 섰지만 사람과의 관계는 여전히 어렵다. 아마 4주 차에는 오시지 않겠지….



혼자 갈 수 있겠어요

네이버와 카카오 맵을 시연하고 보여 들릴 때는 크게 확대했어요.

지도 앱 활용 시간이었다.

"초행길이어도 혼자 갈 수 있어요. 누구 붙잡고 물어보는 횟수가 줄어들 수 있어요. 핸드폰을 쥐고 몸을 움직여보세요. 화면 속 화살표가 같이 움직여요."


한 분이 눈을 크게 뜨셨다.

"아, 이렇게 하면 내가 혼자 갈 수 있겠네!"


그 말 한마디에 아까의 어색함이 조금 녹았다.

"오늘 집에 가실 때 한번 써보시고, 다음 주에 어떠셨는지 알려주세요."



제주도에 동생이 있어요


네이버 검색과 AI 답변을 나란히 보여드렸다. 같은 질문에 다른 방식의 답이 나온다는 것을 확인하시고, 각자 여행 계획을 짜보는 시간을 드렸다.


그런데 한 분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저 제주도에 동생이 있어요. 그동안은 동생이 알려준 대로만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내가 계획을 한번 짜봐야겠어요."


다른 분들이 부러워하셨다.

"그럼 숙소 걱정은 없겠네." "좋겠다, 나도 제주도 가고 싶은데."


AI가 짜준 여행 일정을 보시며 진짜 갈 것처럼 꼼꼼히 메모하셨다. 여행은 계획만으로도 얼굴을 설레게 한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며 생각했다.



오늘 실수를 했다. 말하면 안 되는 타이밍에 말했고, 사과했지만 상처가 남았을 것이다. 강사 16년이 지났는데도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여전히 어렵다.


다음 주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수한 날이 오히려 그걸 가르쳐줬다







아자아자! 박소희.

오늘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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