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 즐거움 사이
내가 만든 카드를 보내드릴게요
2주 차, 한 주가 지났을 뿐인데 교실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어색하게 앉아 계시던 분들이 자리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
위험한 거 아닌가요?
모바일 패스 설치 시간이었다. 신분증을 들고 다니기 불편하신 분들께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한 분이 손을 드셨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요? 내 신분증이 휴대폰 안에 있으면..."
고개를 끄덕이시는 분들이 더 있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라에서 인증한 모바일 신분증과는 달리 대출 등에는 사용하지 못해요."
그제야 "아, 그렇구나" 하시며 시니어 분들도 하나씩 설치를 시작하셨다. 신기해하시는 표정들, 손안에 들어온 신분증을 이리저리 살펴보셨다.
지난 시간의 깨달음에 이번엔 알려드렸다.
“그래도 의심스러워서 못 쓰겠다고 생각하시면 설치 안 하셔도 됩니다. 대신 실물 신분증을 챙기세요.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는 것은 인정 안 되니까요.”
몰라서 못 쓰는 것과 알고 나서 쓰는 것은 다르다. 그 간격을 좁혀드리는 게 내 역할이었다.
유튜브 알림 정리, 카카오 채널 차단, 하나씩 정리해 드리자 화면이 가벼워지는 것처럼 표정도 가벼워지셨다. 가장 많이 오신 분은 ‘999+’로 3분이나 계셨다.
"이게 이렇게 많이 와 있었네."
내가 만든 카드예요
마지막 시간은 새해카드 만들기. 템플릿을 고르고, 글씨를 지우고, 내 문구를 넣는 방식이었다.
여성분들은 터치 볼펜을 챙겨 오신 분들도 계셨다. 손이 작으니 세밀한 작업이 수월하셨다.
하지만 남성분들은 달랐다. 손이 크시니 작은 화면에서 글씨를 지우는 게 쉽지 않으셨다. 터치가 잘 안 돼서 삭제가 많이 되어 새로 시작하는 과정이 반복된 분께 터치펜을 빌려드렸다.
“아이고, 사라졌어. 왜 다운이 안 되지? 선생님, 이것 좀 봐줘요.”
한 분이 속상해하셨다. 열심히 고르고 만드셨는데, 왕관 표시가 붙은 유료 템플릿이었다.
다시 처음부터 하셔야 했다.
"이건 돈 내야 하는 거예요?"
"네, 처음에 알려드린 것처럼 왕관 표시가 있는 것은 유료예요. 선생님께서 고급스러운 취향이셔서 왕관만 고르시나 봐요. 무료 템플릿도 자세히 보고 고르시면 이것도 충분히 예쁘게 만드실 수 있어요."
다행히 무료 템플릿으로 선생님의 마음에 드는 예쁜 카드가 완성됐다.
완성된 카드를 들고 웃으시는 분들 덕에 분위기가 왁자지껄해졌다.
"이제 문자 말고 이렇게 보내면 되겠네."
"손주한테 보내야겠다."
문자로만 보내던 새해 인사가 내 손으로 만든 카드가 됐다. 그 작은 변화가 선생님들께는
꽤 즐거운 일이 되신 것 같다.
전부 바꾸신 분도, 이름 석 자만 넣으신 분도 똑같이 환하게 웃으셨다.
손주에게 보낼 카드를 만드시면서 웃으시던 그 얼굴이 한참 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며 생각했다.
걱정은 설명으로 줄어들고, 불편함은 도구로 해결되고, 즐거움은 생각보다 작은 데서 온다.
오늘도 배운 건 수강생분들만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나오는 배움이 즐거운 중고 새내기 강사인 나는 즐겁다.
다음 주가 벌써 기다려졌다.
아자아자! 박소희
오늘도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