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사이와 복도
효성도서관 면접을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었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짜증이 올라오고, 괜히 예민해지고, 모든 시선에 따끔거렸다.
오전 일정을 마치고 차 안에서 결국 화를 냈다.
"그냥 두면 안 돼?"
한참 동안 차 안에서 거칠어진 숨을 다독였다.
그날 저녁, PPT 자동화 수업에 멀쩡하게 다녀왔다.
눌러 담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흘려보내야 할 것이 있다.
다음 장이 보인다.
효성도서관의 대기 장소가 종합자료실이었다. 이름을 부르면 건너편 강의실로 이동하는 방식이었다.
책장 사이에 앉아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다. 아직 면접이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도서관 안에 들어온 느낌이 났다. 면접을 대기하는 다른 선생님들도 책을 보거나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면접 주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가족 그림책 테라피, 다른 하나는 엄마의 소매점(생애주기 독서 코칭).
여자 세 분, 남자 한 분이 번갈아 질문을 던지는 구조였다. 대화의 흐름이 있었고, 면접이라는 느낌이 분명했다.
나는 한 가지를 말했다.
"그림책은 목적이 아니라 연결 고리입니다. 서로 얼굴 보고 이야기하기 위한 도구입니다."
아이와 부모가 마주 앉아 말을 섞는 시간. 그게 핵심이다.
부모가 내 자녀를 위해 코칭을 하더라도, 아이에게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라고 묻는 것이 필요하다.
책은 훈육의 도구가 아니라 관계의 통로이다.
말을 하면서 문득 아이들이 떠올랐다. 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꾸준히 읽어주었다. 노마의 철학, 탈무드 같은 조금 어려울 것 같은 책들도 함께 읽으면 질문을 하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
아이들이 그렇게 말했다. 책 읽어주는 그 시간을 기다리던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음 날, 석수도서관으로 향했다.
어제까지는 포토에세이, 자서전 라인을 정리하느라 머리가 복잡했는데 이상하게 오늘은 가벼웠다.
떨어지더라도, 이 과정이 공부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지도.
석수도서관은 산 안에 있었다. 고즈넉하고, 조용하고, 말 그대로 도서관 같았다.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렸다.
어제는 책장 사이, 오늘은 복도였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가 차가웠다.
앞사람들이 3분, 5분 만에 나왔다.
문이 열릴 때마다 바람 소리가 들렸다.
면접장은 넓은 강의실이었다. 세 분이 앉아 계셨다.
질문은 단순했다.
글쓰기를 어떻게 가르칠 거냐는 물음에, 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고 말했다.
한 줄씩 쌓아가면 여섯 줄이 되고, 한 편의 에세이가 된다고.
성인 글쓰기 지도자로서 어떤 노력을 했냐는 질문에는 작가로 승인받기 위해 쓴 글과 책 출간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통과시크는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많은데 어떻게 지도할 거냐는 질문에는 공감과 속도에 맞춘 지도 방식을 이야기했다.
어제 효성 도서관에서는 20분 가까이 이야기했는데. 이곳에서는 문장이 채 끝나기도 전에 멈췄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다음 질문해 주세요."라고 옆 면접관께 나를 넘겼다.
순식간에 지나간 면접이었다.
대기 중 서늘한 기운이 내 마음을 진정시켜 두었는지 당황하지 않았고 크게 흔들리지도 않았다.
'흥! 나도 석수 도서관은 좋았지만 면접은 별로였네요.'
도서관 밖으로 나와서 본 하늘은 눈이 시릴정도로 '파랑'이었다.
한참 바라보았다.
달까지 같이 있는 청명한 하늘.
월요일과 화요일에 이미 많이 울었기 때문일까.
슬픔을 충분히 통과한 나에게 면접의 건조함은 그다지 날카롭지 않다.
같은 '도서관 면접'이었지만, 공간의 온도는 꽤 달랐다.
책장 사이에서 기다리는 것과 복도에서 기다리는 것은 다른 공기였다.
그래도 두 곳 모두에서 나는 내 이야기를 꺼냈다.
이론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으로. 준비한 말이 아니라 살아온 말로.
이틀 동안
나는 나를 다시 읽고 있었다.
아자아자! 잘했다.
박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