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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실시옷 Feb 16. 2024

기대도 괜찮아

당신이 있어 감사합니다.

단단한 산은 나무들의 뿌리가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함께하는 뿌리가 산과 나무들을 튼튼하게 살려내는 것이다. 나는 늘 단단한 산에서 살고 있었다. 안전함이 어떻게 만들어진지 알지 못한 채 혼자의 힘으로 살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출산과 함께 깨져버렸다. 혼자서는 행복하게 아이를 양육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줄 수 있는 몫만큼의 도움만을 사람들에게도 기댔다.

꼿꼿한 육아는 힘들다. 혼자 넘어지지 않게 모든 손가락과 발가락에 힘을 준 채로 세상을 붙잡고 있으니 언제나 지치고 힘들었다.

처음 아이를 보낸 기관은 솦 속 넓은 나무집 같았다. 숲 속 귀여운 동물과 새들이 쉬어가는 곳, 언제든 나와 놀 수 있는 곳. 그곳에 가면 내 마음까지 아늑하고 편안해지는 것 같았다.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은 따뜻하게 나를 맞아 이야기를 건네어주었고, 아이들은 온 산을 뒹굴고, 계곡을 첨벙 댔다. 그 모습이 흐뭇해서 긴 거리를 매일 버스로 함께 통학했다. 작은 아이를 안고 5살의 아이를 손에 잡고 2번씩 버스를 갈아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었다. 등하원으로 지친 몸은 어린이집에서 보여주는 아이의 미소로 회복되었지만, 많은 교육비를 지출하기에 우리는 가난한 목회자에 불과했다. 이제 그만두고 일반 어린이집에 보내자고 매 달 다짐하다가도 내 마음의 욕심이 현실을 붙잡고 있었다. 나는 어린이집을 너무 사랑했다. 아름다운 공간을 사랑했고, 여유 있는 사람들을 사랑했고,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랑했다. 그곳에 있어야 아이들을 가장 빛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좀처럼 내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새벽마다 울며 기도했다.

‘하나님 저 아이들을 좋은 환경에 머무르게 하고 싶어요. 제 욕심이 포기가 안 돼요, 돈을 벌고 싶은데 그것도 잘 안되고 너무 버거워요. ’

그때 나는 공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돈을 벌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다.(돈을 벌고 싶어서 공방을 했다니! 돈이 벌고 싶으면 장사를 해야 했다.) 마음은 앞섰고, 꽉 막힌 현실에 버거웠다. 모든 것을 꽉 쥐고 무겁다며 울어댔다. 조금 내려놓아도 되고, 짐을 나누자고 도움을 청해도 되었을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런 내 마음에 어느 날 평안이 왔다.

‘예원아, 아이들은 내가 잘 크게 해 줄 테니 나에게 맡기렴.’

그동안의 두려움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아이들은 어느 곳에서 누구와 함께 있어도 빛날 것이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지. 나는 그냥 아이들을 지켜보고 지지하는 것밖에 없지.’

아이들이 빛 나려면 아이를 비추는 내 마음이 밝아야 했다. 현실을 인정하고 내려놓아야 했다. 그래서 원을 떠나고 싶다는 어려운 말을 전하기 위해 전화를 드렸다.

‘원장님, 아무래도 저는 이제 그만 떠나야 할 것 같아요. 저희 재정으로는 너무 버거워요.’

‘현웅엄마, 엄마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그리고 지금 내지 못한 돈은 나중에 엄마가 다른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흘려보내면 좋겠어요.‘

염치없게도 나는 두 명이나 되는 아이를 계속 원에 보낼 수 있었다. 늘 빚진 사람의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지만 원장님은 한결같이 보듬어 주셨다. 원장님도 버거운 비를 견디고 계셨지만 나를 잡아 주셨다.

맑고 따뜻한 때에는 서로를 보듬지 않아도 바르게 서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는 함께 지탱해야 한다. 내 뿌리가 단단해서도, 내 토양이 비옥하기 때문에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기에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도움을 받는 법을 알게 되었다. 받았던 도움은 내 상황이 완벽하지 못하더라도 흘려보낼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 더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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