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즉흥 사이

빛은 끊기지 않습니다.

by 천막사진관
0401_사진지문구독 복사.jpg 서울 / gr3x / ⓒ오상민

MBTI에서 J는 '계획형', P는 '인식형'으로 부릅니다.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J, 상황 따라 움직이는 P. 인간을 몇 가지 형태로 분류하는 것에 의문을 가져보지만 혈액형 4가지 인간형으로 나누던 때에 비하면 나름 디테일하다고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자기소개에 MBTI를 말하는 게 어색하지 않습니다.


"계획하고 찍는 거예요? 찍고 나서 생각하는 거예요?" 종종 받는 질문입니다. 보는 분들 입장에선 철저히 계획하고 찍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 봅니다. 진실을 밝히자면 업무적인 촬영은 계획형, 그 외는 즉흥 촬영이 대부분입니다. J 인간형으로 돈 버는 사진을 주로 찍고 P형의 인간으론 취미 사진을 찍는 편입니다. 물론 이 둘은 가끔 서로 바꿔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동네에서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 길에 반가운 빛을 만났습니다. 역사 안으로 안내하는 유도선처럼 보입니다. 사진은 참 재밌습니다. 찍은 사진을 보면 그날의 기분이 떠오르고, 잊었던 사실이 기억나기도 합니다. 신기한 건 시간이 지나면 사진이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유도선처럼 보였던 빛줄기가 점선처럼 끊겨 있는 것이 보입니다.


제가 보는 각도에서 끊겨 보였을 뿐, 태양 입장에서 보면 쭉 이어져 있을 겁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이지 빛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빛은 끊기지 않습니다. 문득 내가 바라본 각도만으로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나 되돌아봅니다.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함을 깨닫습니다. 이런 마음은 P형과 J형 구분 없이 모두가 가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