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가장 마지막으로 포기할 일상은?

Q. 가장 마지막으로 포기할 일상은?

- 발행인 평정


일상은, 사전적 의미로는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반복은, 노력해야만 유지되죠. 안정적인 생활이 계속되게 하려면 출근도, 청소도, 자기계발도, 인간관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돼요. 그러나 언제나 균일하게 노력을 이어가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필연적으로 삶에서 기복을 겪는 우리는, 어느 정도의 일상의 시간과 어느 정도의 '비일상'의 시간을 겪고 있는 거겠죠. 생활이 불안정하다면, 우리는 일상을 하나씩 포기하게 돼요. 비일상의 시작입니다. 모든 것을 안고 갈 수는 없으니 중요도가 낮은 것들부터 놓아주는 거죠. 그 중요도는 사람마다 모두 다를 거예요.



오늘은 제 얘기를 조금 꺼내보려고 합니다. 불안정해진 저의 경우에는, 부끄럽게도 청소를 가장 먼저 포기해요.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방부터 더러워지기 시작하는 거죠. 그 다음엔 수면이에요.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피곤하더라도 잠에 드는 것을 열심히 미루곤 해요. 하루를 마치기가 아까운지, 그리 특별한 일을 하지도 않으면서 늦게 자고 건강을 망치곤 합니다.



그 다음으로 포기하는 것이 인간관계예요. 반가운 연락에도 답을 잘 보내지 못하고 외면합니다. 가까운 이들에게도 먼저 안부를 묻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농담을 건네지 않게 돼요. 주변과 교류하지 않고 혼자가 되면 할수록 이런 비일상의 시간이 길어질 것을 알면서도, 남들과 함께하는 일을 피하게 되더라고요.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기보다는, 빼앗긴다고 생각해서입니다. 여기까지 포기했다면, 저는 동굴 속에서의 요양을 마치고 슬슬 다시 햇볕이 있는 곳으로 나오곤 해요.


92773_2929627_1754228000556932136.jpg 이 편지는 2023년 6월 26일 시작되어...



오늘 이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여러분이 무엇부터 포기하냐보다 무엇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는지 묻기 위해서입니다. 자랑일지도, 생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3년 6월부터, 수많은 개인적인 기복을 거치면서 제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은 바로 뉴스레터 보내기였거든요. 이것이 얼마나 저 스스로를 위한 일이었는지, 얼마나 큰 도움을 준 습관인지 말씀드리려고 해요.



무엇 하나 꾸준히 해본 적이 없어서, 겉핥기 식으로 시작만 했다가 흐지부지 끝낸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누군가 깊게 도와주지 않으면 제대로 마무리한 일이 없었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건 즐겁고,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는 건 어려우니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았죠. 매일 뉴스레터를 보내겠다는 무모한 생각 역시 처음엔 즐거웠지만, 지금껏 이렇게 살아온 저에겐 유지하기 정말 어려운 루틴이었어요.



혼자 시작했다가 혼자 싫증내고 끝냈던 과거와는 다르게, 뉴스레터에는 그만둔다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요. 새벽 3시에 몸을 베베 꼬며 컴퓨터 앞에서 글을 쥐어짤 때도, 결국은 해내야만 했어요. 발행이 늦은 날도, 작은 실수가 있었던 날도 많지만 여행 중 인터넷이 터지지 않은 날, 시스템 오류로 발송이 실패한 날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모든 평일에 하나의 질문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기다려 주시는 독자분이 있는 글은 처음 써봤습니다. 2023년 40여 명으로 시작한 구독자 분들이 지금은 2600명이 넘게 되었어요. 제 글을 기다려주시는 여러분의 존재와, 4년차를 넘긴 지금까지의 꾸준함은 이미 제 인생 최대의 업적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마지막으로 포기할 이 일상은 사라지는 것이 잘 상상이 되지 않아요. 여전히 매일 글들을 적어내고 발행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 루틴이 없는 삶은 얼마나 불규칙하고 공허할까요? 저에게는 그것이야말로 비일상의 시작일 것 같네요.



그렇다면 매일 좋은 질문을 마주하기로 한, 여러분이 마지막으로 포기할 일상은 무엇인가요?




퀘스천퍼데이는 질문에 대한 구독자 답을 받아서, 다음날의 뉴스레터에 실어드려요. 이 글이 발행된 다음 날인, 2025년 8월 5일에 실린 실제 구독자님들의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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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뉴스보는것과 하늘을 올려다 보는거요. 죽기 직전까지 할 것 같네요 ㅎㅎ"


�쿨쿨

"잠이요. 7시간 이상 자는게 제 일상인데, 그걸 가장 마지막에 포기하게될거같아요. 그건 제가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데 가장 필수적인 부분이거든요."


�️빙글

"퇴근길에 같은 골목 도는 거요. 그냥 집에 오는 길인데도 괜히 돌면 하루가 조금은 정돈되는 기분이라 좀 돌아가도 매일 해요"


�되새김질

"잠들기 전에 휴대폰 앨범 열어서 뒤적이는 거! 그날 찍은 사진이든 더 과거 사진이든 일상을 곱씹으면서 기억이 날아가지 않게 해요"


✨착착

"빨래 널고 접는 시간요. 저한테는 생각 정리하는 시간이에요. 딱히 음악도 안 틀고 하는데 평화롭고 좋아서 자동으로 접어주는 기계가 나와도 제가 할것같아요"



오늘 글에도 적은 대로, 2025년에도 2026년에도 매일 평일에 질문 보내드립니다. 혹시라도 아직 구독하지 않으셨다면, 여러분도 질문 한번 받아보세요. 귀찮을 정도로 성실하게, 매일 보내드리니까요.


*퀘스천퍼데이는 무료 뉴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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