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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레프 Feb 27. 2023

불꽃

87. 소년의 모습을 간직하면


새벽 어스름을 거슬러 올라

인사하고 입 맞추면

낮은 언덕 위에서

내 하루는 떠오른다


그날은 불꽃이 피었다 들었기에

아득히 먼 그 불을 따라가 보았다


헌 옷을 벗고

영원을 채우려

다 커버린 난 놓아두고

소년 소녀의 모습을 하고 간다


잔잔한 하루가 저물 때쯤

그림자들은 숲에 머물다

불을 품은 내가 다가가니

신기한 듯 함께 춤을 추었다


이대로

소년의 마음을 간직하면

어른이 되진 못하겠지만

불을 품었으니 되었다

춤을 추었으니 되었다


헌 옷을 벗고

영원을 채웠으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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