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온도
원만한 관계를 위해 마음이 어느 정도 데워져 있는 상태였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체온보다 낮은 건조함이 배면 스스로 눈치챌 정도로 반응이 시큰둥해지고 쉽사리 방향을 틀 수가 없다. 이러한 반응을 직격으로 맞는 누군가들에게 정확히 분류하지 못할 종류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흥미가 잘못 동하는 날이면 대화에서 납득할만한 무언가를 들을 때까지 상대방에게 질문하며 파고드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꽤나 성가신 성격이다.
또한 어느 순간부터 나의 생활을 알리는 필요성이 사그라 들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관심이 없거나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일에 관해 입을 열지 않는 버릇을 들이니 배운 따스함도 쓸모가 없어졌다.
’굳이‘로 시작해 ’굳이‘로 마침표를 찍는 대화는 침묵으로 향하고. 침묵은 답답함으로. 숨 막힘으로. 그리고는 또다시 건조한 대화로 숨통을 트는 굴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내게 정성을 들여 관심을 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차라리 대화가 아닌 음악만 들려주고 싶을 정도다. 그 편이 상냥하게 느껴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