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목격되지 않은 죄
오랜만에 등장한 시인은 자신이 거의 잊힌 걸 드디어 시인한다. 그간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다 온 건지 몸에 밴 기품은 거품처럼 걷어져 가막사리가 잔뜩 붙은 떠돌이 개가 연상될 만치 낯설었다. 그가 언제 시인이었나 싶을 정도로.
길거리를 나돌며 내뱉는 한 줌 글자들.
냉혹해진 귓가를 달래주려 얼마나 많은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해 달라는 말은 귓등을 스쳐갈 뿐
마치 안부를 물었지만 한걸음에 서로를 버린 사이에 다다른 느낌이다.
애초에 순전히 사랑만 받으며 세월을 맞은 존재가 사라지는 건 필연적인 것을.
끊임없이 존재를 알리지 않으면,
목격되지 않으면,
점점 비존재 상태로 접어든다는 걸
가볍게 여긴 죄다.
그가 돌아온 이유와 결말은 더 이상 중요치 않다. 궁금해하지 않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