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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교육 생각 Mar 14. 2024

의사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면 됩니까?

다시, 화가 나네.

브런치에 사교육 관련 글을 몇 편 올렸던 것이 벌써 1년 전이라니, 시간이 정말로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때의 분노와 외침이 왜 그토록 크고 강렬했는지, 정부나 학부모들에 대한 실망 이유 없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오랜 분노가 의사들을 향해 다시 스멀스멀 찾아오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몸이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언제 어떤 일이 생길 지 모르니, 의사가 항상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임감 있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줄 의사가 필요합니다. 그런 의사를 만나려면 어디로 가면 됩니까?


근처에 새로운 학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기존 학원들이 휴 폐원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학원을 믿고 아이를 보낸 학부모,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학생들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직장인도, 사장님도, 옆에 가게가 늘어날 것 같다는 이유만으로(그것도 10년 후 쯤에나) 자신의 일을 그만두진 않습니다.


만약 모든 초등학교 선생님이 출근을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유치원이 문을 닫으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집단이나 단체가 정상적인 활동을 중단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전가될 것입니다. 모든 학원이 정부 정책에 반발하여 문을 닫는다면, 당신들은 직접 자녀를 가르칠 생각이 있나요? 골프를 즐기거나 멋진 옷을 입고 학회에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집에서 교육을 위해 헌신하게 될 것을 상상해보세요. 저는 치킨집, 떡집, 빵집이 동네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병원도 더 많아지길 원합니다. 인구가 줄어들테니 증원은 필요 없다는 논리라면, 우리 나라에서는 더이상 어떤 종류의 창업도 무의미해집니다. 생각을 하고 말을 하시기 바랍니다.


반대로 의대 정원을 줄이는 것에는 의사들이 찬성할까요? 최초의 3천명이라는 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증여세 기준을 바꾸는 것에는 찬성하면서, 왜 의대 정원은 보수적으로 유지하려는 걸까요? 수가 많아진다고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그런 논리라면, 제일 많은 학생들이 모여있는 강남의 학생들 수준이 제일 떨어진다는 얘기입니까? 당신들은 뽑히지 말아야 할 의사가 뽑히는 것을 우려하지만, 우리는 뽑혀야할 의사들이 충분히 뽑히지 못해서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합니다. 그러니 부디 자리를 지키세요. 저희에 시선에는, 바로 그런 당신들이 뽑히지 말았어야 할 의사로 보일 뿐입니다.


우리같은 사교육자들이 일하지 않으면 학부모들이 조금 불편해 할 뿐입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일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죽어갑니다. 본인의 자식들도 의사가 되길 원하면서 부모 중 한 명이 의사인데 자녀가 둘이라면, 의사가 될 자녀는 누구일까요? 둘 다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요? 증원이 되지 않아서 의대를 가지 못한 자녀에게, 당신들이 지금 하는 일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요?


'나는 국민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결국 의대 정원 증가를 막아냈다. 내 후대가 살아갈 곳에, 맛있는 가게, 새로운 놀거리가 생기는 것은 좋지만, 병원이 더 생겨나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진 않으리라 믿겠습니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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