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질경이 인생

by 러브블랙홀

인생길 걷다

한 두 번만 밟혀도

툭 꺾일 때


논두렁 경운기 앞바퀴에 움푹 짓밟힌

질경이는 논둑 위 별을 바라보며

너덜너덜 해진 이파리를 꾸역꾸역 일으켜 세웠다


인생의 한창때

꽃으로 피지 못해

탄식에 젖을 때


길바닥 떨어진 십 원짜리 보다 못한 취급에도

질경이는 아랑곳 않고 땅만 파고들어

끝끝내 잡초에서 인생 약초로 뿌리를 깊이 박았다


가을이 가기 전

꽃들이 마지막

콧대를 세울 때에도


가난한 선비처럼 잎차림은 초라해도

질경이는 하늘로 단단히 꽃대를 곧추 세우며

한 계절 굽신거리지 않고 질기게 살아냈다


인생은 아름다운 꽃이 아니었지만

일생은 아름다운 열매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