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길 걷다
한 두 번만 밟혀도
툭 꺾일 때
논두렁 경운기 앞바퀴에 움푹 짓밟힌
질경이는 논둑 위 별을 바라보며
너덜너덜 해진 이파리를 꾸역꾸역 일으켜 세웠다
인생의 한창때
꽃으로 피지 못해
탄식에 젖을 때
길바닥 떨어진 십 원짜리 보다 못한 취급에도
질경이는 아랑곳 않고 땅만 파고들어
끝끝내 잡초에서 인생 약초로 뿌리를 깊이 박았다
가을이 가기 전
꽃들이 마지막
콧대를 세울 때에도
가난한 선비처럼 잎차림은 초라해도
질경이는 하늘로 단단히 꽃대를 곧추 세우며
한 계절 굽신거리지 않고 질기게 살아냈다
인생은 아름다운 꽃이 아니었지만
일생은 아름다운 열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