웁살라대학교 분석화학/Erasmus Mundus
지난 5월에 스터디인스웨덴코리아에서 2021년 스웨덴 석사과정 합격자를 대상으로 합격 수기 공모전을 개최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예비 유학생 독자분과 나누면 좋을 유익하고 알찬 내용을 보내주셨고, 고심 끝에 우수작 3개를 선정해 브런치에 연재합니다.
세 번째로 마지막 이야기를 전해주실 분은 웁살라대학교 분석화학(Analyticla Chemistry) 석사과정 및 웁살라대학교가 참여하는 Erasmus Mundus Joint Master Program인 Excellence in Analytical Chemistry 프로그램에 합격한 서주연 님입니다. 서주연 님은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오는 9월부터 에스토니아와 스웨덴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그럼, 서주연 님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들어볼까요?
코로나 상황임에도 스웨덴 대학원에 지원을 결심한 첫 번째 요인은 코로나 팬더믹 시기에 경험했던 스웨덴 교환학생, 두 번째 요인은 한국에서 실험실 생활이었다.
교환학생으로서 들었던 스웨덴 대학원 수업이 매력적이었던 점은 분석 기기들이 대학교에 많고 그 기기들을 학생들이 다뤄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대학원생이라고 하더라도 실험 중에 여러 종류의 기기들을 모두 다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조를 이루어 실험하고 보고서를 함께 쓰고 비슷한 주제의 논문을 읽고 발표를 하며 조를 이루어 공부하는 것이 혼자 공부하는 것보다 학습에 있어서 효과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다른 학생들보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 공부하였기에 함께 열심히 배우고 성공하는 것을 강조하는 교육시스템이 인상적이었다.
교환학생이 끝나고 한국에 들어와서 자가 격리로 2주 동안 좁은 방에 틀어박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 유튜브를 보고 스웨덴 대학원 지원에 대한 정보를 뒤져보았다. 교환학생 가기 전에 가본 적이 있었던 주한 스웨덴 대사관의 스웨덴 유학 박람회가 생각이 나서 스터디인 스웨덴 사이트에서 들어갈 수 있었던 석사 유학을 하신 분들의 블로그 글을 계속해서 읽어보았다. 그때 얻은 정보들과 교환학생 경험을 바탕으로 메모장에 적었던 내 생각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스웨덴 대학원 준비를 망설이는 이유>
1. 돈
2. 영어/ 스웨덴어
3. 수업 수준의 어려움
4. 그 문화에 동화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 인턴, 실험실, 직장 구할 때
<한국 대학원 준비를 망설이는 이유>
1. 교수님, 연구실에서의 압박, 상하 관계
2. 내 관심 분야에서 가고 싶은 연구실이 없다.
3. 눈에 보이는 노예가 되는 미래→ 공부 이외에도 해야 할 일이 많음 (실험 조교 등)
<취업 준비를 망설이는 이유>
1. 전공으로 갔을 때: 결혼하면 그만두고 나올 것 같다
2. 더 발전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한계를 느낄 것 같다.
→대학원을 더 빨리 가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대학원생들의 나이가 어리다.
3. 주말 만을 기다리며 행복하지 못하게 살 것이라는 생각: 내 생활이 없다.
4. 상하관계 확실한 사회
고민을 한 달 정도 했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이런 굴레 속에서 고통받는 나의 미래가 눈에 그려졌다. 타지에서 젊을 때 고생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또 그렇게 해보고 싶기도 했다. 또한 교환학생 이후에는 2020년 8월부터 대학교 실험실 생활을 하며 확실히 두 나라의 대학원 생활의 장단점을 확실히 대조해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스웨덴 대학원에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원을 결심하고 목표를 세웠다. 난 장학금을 받아야만 유학을 할 수 있다!
화학 전공인 나는 장학금을 받지 않는 이상 유학을 하는 것이 기회비용이 막대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면 다른 단점들을 제쳐 뒀을 때 일단 등록금은 무료였기 때문이다.
또한, 교환학생 때 만났던 스웨덴 대학원 유학생들의 생활도 한몫했다. 방학 때 학비를 벌려고 새벽부터 아르바이트하는 친구, 식비를 아끼려고 채소만 먹는 친구들을 봤기 때문이다. 난 조금 충격을 받았다. 나는 공부에 스트레스받으면서 돈에 대한 스트레스도 받고 싶지는 않았다.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손을 벌릴 수는 있지만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① 학부 연구생
그래서 장학금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눈에 보이는 결과가 필요했다. 그래서 가장 연구주제가 흥미로워 보였던 한 연구실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것이 운이 좋았다고 느꼈던 것은 내가 한국에 들어왔던 시기에 내 전공 학과는 대학 혁신 지원 사업 대상 학과로 지정되어 학부 연구생을 많이 선발하고 많이 투자해 주셨다.
그렇게 한 연구실에 학부 연구생으로 선발되어 8월 한 달 동안 대학원생 오빠를 따라다니며 배웠다. 하지만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이 되어서는 과에서 다른 학교로 대학원을 가려는 학생들은 학부 연구생으로 받아주지 않겠다고 하셨다. 우리 학교에서 연구한 결과를 가지고 다른 학교에 가는 것을 원치 않으셨던 것 같다. 그래서 박사님이 나를 불러서 여쭤보셨다.
“너 우리 학교 대학원 올 거니?”
“50% 정도는 생각이 있습니다. 근데 50% 정도는 유학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때는 그랬다. 50% 정도는 우리 학교 대학원을 다녀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며 이 생각은 완전히 없어지긴 했지만.
교수님께서 다행히 유학 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학부 연구생은 뽑아도 된다고 하셔서 9월에 이어서 졸업 학기에 학부 연구생을 할 수 있었다. 9월부터는 대학원생 오빠를 따라다니면서 체험해보는 것이 아닌 완전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그래서 박사님이 내실 논문에 이름이 같이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매일매일 학교에 다니며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다.
②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었던 공인 영어 성적
스웨덴 대학원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토플 90점 이상에 해당하는 영어성적이 필요했다. 학부 연구생으로서 실험하고 있고 코로나로 인해 학원에 다니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토플 관련 정보들, 모의고사 사이트와 서식들을 이용하여 혼자 공부하기로 했다.
첫 번째 10월 10일 시험에서 87점의 성적을 기록하고 90점 이상의 성적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11월 30일 홈 에디션 토플에서는 카메라가 갑자기 꺼지고 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오류가 나서 원하는 스피킹 점수가 현저히 낮게 나와 원하는 시험 점수를 받지 못했다. ETS에 문의했지만, 메일을 보낼 때마다 조사 중이라는 답장을 받았고 몇 주가 지나도록 답장을 받을 수 없었다. 더는 ETS의 답장을 기다릴 수 없었고 코로나는 더 심해져 시험장에서 토플을 볼 수 있는 시험 날짜가 많이 없어서 설상가상의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스웨덴 대학원에서 인정하는 공인 영어시험 중 가장 결과를 빨리 받을 수 있는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PTE Academic 시험을 알게 되었고, 이 시험에 대해서는 90점 만점에 62점 이상의 점수를 프로그램에서 요구하였다. 첫 번째 1월 4일 시험을 봤을 때는 시간 관리에 익숙하지 않아 원하는 점수를 취득하지 못했다. 이 시기에 코로나 상황이 더욱 심각해져 학교 실험실과 도서관을 다니며 확진자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계속 생겼다.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문자를 받고 마지막까지 총 3번의 검사를 받아야 했다. 시험을 앞두고 하숙집 주인 할머니께도 말하지 못하고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원하는 영어점수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고 마음도 점점 지쳐갔다.
이때 유학을 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고, 교환학생 때 찍은 사진들을 보기도 하며 더 열심히 공부하기로 했다. 두 번째 1월 16일 시험에서 75점을 받았다. 시험을 본 후 1월 17일에 시험 점수가 발표되어 마침내 영어 성적과 싸움이 끝났다.
③ SOP
11월부터는 아침에 영어 공부, 학과 수업, 오후에 연구실 실험, 저녁엔 SOP를 쓰며 졸업논문까지 준비해야 했다. 지원하기로 한 이상 나는 다 해야 했다. 그래서 왕복 3시간 걸리는 집에서 학교에 다니며 한 번도 학교 근처에서 산 적이 없었는데 이때는 노량진에서 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SOP는 내가 왜 스웨덴에서 공부해야 하는지, 교환학생 경험을 바탕으로 스웨덴에서 나는 유학을 왜 잘할 수 있는지, 학부 연구생에서 실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어떤 연구를 하고 싶은지, 대학원 생활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될 것인지 풀어서 썼다. 내용 면에서는 친언니에게 여러 번 봐달라고 부탁하고 영어 표현 면에서는 학교 English Clinic 첨삭, 첨삭 사이트 등을 이용했다. 나중에는 어느 정도 영어로 글쓰기가 익숙해져서 공인 영어시험에서 writing 점수가 가장 잘 나왔다.
그렇게 서류 제출과 장학금 신청까지 1월 말에 완료했다. 그리고 2021년 2월 대학교 졸업을 했다.
1) 1순위로 지원했던 Uppsala University의 Analytical Chemistry 전공 합격을 했다.
장학금은 대기 순위에 있었지만 받지 못했다.
2) 스웨덴 이외에도 덴마크의 University of Copenhagen과 Aarhus University의 Chemistry 전공에서도 admission offer를 받았다. 하지만 2020년부터 덴마크 정부 장학금이 중단되어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가지 않기로 했다.
3) 스웨덴 Uppsala University에 지원하며 알게 된 석사 프로그램이 하나 더 있었다. Erasmus Mundus Joint Master degree program이다. Erasmus Mudus 프로그램은 유럽 내의 여러 대학이 주제를 정해 Consortium을 이루어 진행하는 master program이다. 전공별로 다양한 주제를 가진 수십 개의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은 여러 나라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과 넉넉한 장학금이다.
Chemistry 전공 중에서 Uppsala University가 Consortium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바로 Excellence in Analytical chemistry 프로그램이다. 감사하게도 이 프로그램에서도 합격했고 장학금 수혜자로 지명되었다.
Excellence in Analytical Chemistry 프로그램 설명을 조금 하자면, 첫 번째 해를 보내는 학교는 에스토니아의 University of Tartu이다. 이 학교는 Uppsala University에 이어 1632년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2세 아돌프에 의해 스웨덴 제국에 세워진 두 번째 대학교라고 한다. 두 번째 해를 보내는 대학교는 스웨덴 Uppsala University 또는 프랑스의 University Claude Bernard Lyon 1, 또는 핀란드의 Åbo Akademi University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나는 첫 번째 학기 이후, 두 번째 해를 보내는 학교를 선택하는 Winter School에서 Uppsala University로 선택할 생각이다.
Erasmus Mundus 프로그램은 장학금 수혜자로 지명되면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도 매달 1,000유로, 그리고 대한민국 국적의 경우에는 1년마다 Travel Allowance와 Installation Cost를 포함하여 4,000유로를 지원해준다.
목표로 했던 돈 걱정 없는 유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인생은 우연인 듯, 필연인 듯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같다.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던 것, 이렇게 유학을 하게 된 것도 그렇다.
목표를 세우고 이것을 이루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한정된 시간 안에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의심했다. 가까운 미래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짧은 시간에 집중력과 시간 활용능력이 좋아져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도 같다.
앞으로 이 지원기가 나와 같은 상황에서 스웨덴 또는 유럽 유학 준비를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이 과정까지 도와주셨던 분들, 교수님, 가족, 친구들 모두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작은 일에도 항상 감사하며 외국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주) 본 수기의 내용은 주한 스웨덴 대사관 스터디인스웨덴코리아 프로그램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며, 수기 작성자 개인의 의견임을 밝힙니다.
주 2) 웁살라대학교 분석화학 석사과정과 Erasmus Mundus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며, 자세한 내용은 본문 링크를 참고 바랍니다.
커버 이미지: 스톡홀름 노벨 박물관, 출처: 서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