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e day Nov 21. 2023

어딜 가야 믹스커피를 먹을 수 있을까요?

커피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커피에 빠져있다. 맛있는 커피, 유명한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위해서라면 사람들은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커피는 어떤 사람에게는 직업이 되기도 하고 취미가 되기도 하며 또 누군가에는 필수적인 음료이다. 하루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주변을 보면 하루에 두세잔 먹는 사람들도 많고 최소 한잔을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커피가 주는 그 자체의 맛과 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커피가 다른 음료들과 가장 다른 점은 카페인이 아닐까 싶다. 커피의 맛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커피에 카페인이 없었다면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커피에 대한 기원설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나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칼디설이다. 7세기 경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카파 지방에 염소를 치는 칼디라는 소년이 살았다. 칼디는 염소들을 돌보고 있었는데 하루는 염소들이 유난히 흥분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앉아서 쉬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모습을 본 칼디는 염소의 행동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그리고 빨간 열매가 달린 커피나무 잎사귀를 따 먹었을 때 이런 현상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무에 열린 열매를 직접 먹어본 칼디는 신기하게 기분이 상쾌해졌고 원기왕성해지는 것을 느꼈고 이러한 사실은 가까운 이슬람 사원에 알려지게 되면서 승려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고 한다. (허형만, 「허형만의 커피스쿨」, 팜파스, 2019년, 31쪽)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인스턴트커피와 프리마가 만들어지면서 다방커피가 생겨났다고 한다. (허형만, 「허형만의 커피스쿨」, 팜파스, 2019년, 59쪽)

 내가 기억하는 첫 커피 역시 달달한 인스턴트커피다. 우리 집마루에서 엄마와 동네 이모들이 커피와 에이스 과자를 먹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동생과 인형 머리를 빗으며 옆에서 엄마와 이모들을 쳐다보고 있다 보면 가끔 운 좋게 커피에 살짝 젖은 에이스를 한 두 조각 얻어먹을 수 있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과자에 젖은 커피 맛을 본 우리는 엄마에게 사정을 해 커피 잔 받침에 놓여있던 스푼으로 온전히 커피만 한 두입 먹을 수 있었다. 아마 프리마와 설탕 때문이었겠지만 우리가 먹어본 과자와 음료수들 보다 훨씬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먹자마자 또 먹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달콤한 맛이었다. 나는 동네 이모들이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커피를 먹는 것이 좋았다. 나른한 오후에 엄마와 이모들의 웃음소리는 기분이 좋아지고 이유도 모르고 웃긴 이모들의 웃음소리에 따라 웃곤 했다. 우리 집 마루가 엄마와 이모들의 작은 다방이었다. 그 작은 다방에는 항상 등장하는 커피 잔이 있었는데 투명한 듯 불투명한 갈색 커피 잔 세트 였다. 그 커피 잔이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이유는 그 당시 우리 집에도 있고 옆집에 가도 있고 뒷집에 가도 있어서 정말 신기했기 때문이다. 아마 커피 잔을 다 함께 사러 갔거나 집에서 가장 깨끗하고 새로 산 잔을 꺼내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나싶다. 엄마와 이모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내용은 생각나진 않지만 그래도 그 모습 자체가 좋아 동생과 함께 소꿉놀이를 하며 커피를 마시는 시늉을 하곤 했다.

  요즘 내가 마시는 커피는 엄마와 동네이모가 먹던 커피와 다르다. 물질적으로는 달달한 인스턴트커피가 아닌 쓴맛에 가까운 원두커피이다. 또한 순전히 카페인을 얻기 위해 잠을 쫓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먹는다. 정신적으로는 여유를 쫓는 커피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해 집에 오고 주 몇 회 운동을 하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렇게 하루를 보낼 것이다. 평범하다면 정말 평범한 하루인데 버거 울 때가 많다. 이럴 때 손을 뻗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커피다. 직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건 습관 같은 일인데 점심을 먹고 일을 할 때 졸리기도 하고 일을 집중해서 처리해야 하니 마신다. 퇴근 후 커피를 마실 때는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는 것이 아쉬워서 뭔가 해야 할 때 에너지가 필요해서 마신다.

  우리나라가 인스턴트커피 소비율이 높은 이유가 커피를 즐기는 여유보다는 무엇이든지 빨리 하고자 해서 빨리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정말 빨리 먹을 수 있어서 인스턴트커피를 선호하는 것일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인스턴트커피이던 원두커피이던 커피 종류에 상관없이 결국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번 주말에는 내 마음의 여유를 찾아 꼭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고 싶다. 나의 어린 시절의 엄마와 동네이모들처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