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순수의 때

by 정수희

퇴근길. 멀끔하고 반듯해 보이는 학생과 버스를 함께 타게 되었다.

그 학생은 기사님께 친근하게 인사를 하며 맨 앞자리에 앉았다.


하차문 뒤에 자리한 나한테까지 들려오는

그 학생의 목소리는 밝고 명량하며 힘이 넘쳤다. 그리고 약간 부자연스러운 말투가 있긴 했지만 아주 순수한 학생 같았다.

기사님과는 좀 아는 사이인지 기사님이 친절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학교는 잘 다녀왔는지 왜 여기서 버스를 탔는지 물으셨고 그때마다 학생은 아주 반듯하게 대답을 잘하였다.


학생의 대답을 듣던 기사님이

"오늘은 기분이 좋은가 보네?"라고 물으시자 학생이 바로 "네"라고 기분 좋게 대답한다.

"왜 좋은데?"

"추석이라서요"


듣고 있던 기사님도 잠시, 나도 잠시 생각이 멈췄다.

추석이 되려면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는데

내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전에 기사님이 말씀하신다.

"일주일이나 넘게 남았는데?"

"네~ 일주일 넘게 남아도 좋아요. 추석이니까요"


학생의 대답을 들으면서 왠지 마음이 무거웠다.

사람들의 정서가 메마르기도 하고 일터에 묻혀 명절이라는 시간이 그저 부담스럽기만 했는데...


그 순수한 학생의 한 마디가...

별말 아닌... 그 소리가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나도 어릴 적 명절 앞두고 잠을 설칠 정도로 기대하고 하루하루를 손꼽아 기다렸었는데...


다시.. 그럴 수 있을까...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다는 못 찾아도 잊고 있던 그때의 공기, 냄새, 느낌을 다시 되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번 추석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