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메뉴 중에 연어캘리포니아롤이 있다. 연어를 길고 얇게 포를 떠서 누드김밥 위에 4~5장 얹어서 나오는 음식이다. 누드김밥 속은 계절에 따라 양상추 혹은 오이가 들어있어 아삭아삭하니 느끼한 연어와 같이 먹기에 딱 좋다. 그리고 김밥에 들어가는 밥이 약 1.5 공기라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해서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는 메뉴이기도 하다.
날이 좋은 5월의 어느 날, 어김없이 점심 장사를 하고 있었다.
가게는 아파트 단지 근처에 위치해 있어 주 고객층이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지만, 주위에 작은 회사들이 심심치 않게 있어서 점심시간엔 회사원들도 식사를 하러 온다.
“여기 주문이요~”
“넵.”
“여기 연어 캘리포니아롤이랑요~ 우동 하나 주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음식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문한 여성은 똑 부러지는 여성적인 외모에, 사원카드 목걸이는 하고 있지 않았지만 회사원일 것 같다는 인상이었다.
회사원들을 보면 자연스레 내가 회사원이었던 시절이 떠오른다. 아... 꿀 같던 점심시간. 일이 많아 바쁠 땐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일의 잔상이 여전히 남아 얼굴이 굳어있었을 테다. 오늘만 일하면 내일부터 주말인 금요일 점심시간엔 김밥에 라면을 먹어도 행복한 표정이었겠지.
옛 생각이 나서인지 회사원일 것 같은 사람들이 가게로 오면 나는 유심히 그들의 표정과 행동을 살피게 되는데, 특히 ‘누구와’ 같이 왔느냐에 따라 그 유형이 비슷하게 나뉜다.
1. 한 부서에서 직급이 비슷한 사람들과 같이 먹는 경우.
“어제, 그 드라마 봤어? 걔, 너어~~ 무 괜찮았지?”
“어휴, 나도 그거 보고 싶었는데, 어제 내가 외근 나갔다 왔잖아~집에 오자마자 뻗었어.”
“대리님, 대리님~ 어제 꺼 요기 사이트 가면 무료로 볼 수 있어요~”
“어머, 진짜?? 나 가르쳐줘, 퇴근하면서 봐야겠다~”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면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린다. 표정도 각기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즐거운 표정이다.
2. 남자 동료끼리 온 경우.
“뭐 먹을래요?”
“음…. 전 이거요”
“저기요~이거랑 이거랑 주세요.”
........
(서로 각자의 핸드폰 게임으로 빠져든다.)
3. 부장님 급 이상과 같이 온 회사원의 경우.
“상무님, 어떤 거 드시겠습니까?’
“알아서 시켜요, 알아서. 골고루 한번 시켜봐요.”
(한쪽에서는 사람 수대로 물 컵에 물을 따르고 있고, 또 한쪽에선 숟가락과 젓가락을 챙기고 있다.)
“저….. 그럼, 이거랑 이거랑 이렇게 시킬까요? 상무님, 괜찮으세요?”
“어~어~괜찮아, 괜찮아~ 시켜, 시켜~”
“저기요~여기 주문받아주세요. 이거, 이거, 이거 주세요.”
“하아…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하는데, 내가 시간 내기가 영 쉽지가 않네.”
“한번 사주실 때 비싼 거 사주시면 되죠. 하, 하, 하.”
혼자서 이런 시시콜콜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아까 주문했던 여성이 나를 부른다.
“저기요~”
“네,”
“여기 주방장이 바뀌었어요?”
“두 분이 로테이션으로 근무하시긴 하는데요, 뭐가 문제라도...?”
“처음에 제가 왔을 때는 연어가 되게 많았는데, 지금은 연어가 너무 적어서 연어맛이 하나도 안 나요. 처음이랑 너무 많이 달라졌는데요?”
“어… 조금씩 차이는 있을 수 있는데, 연어 양의 경우 정해진 레시피 양이 있기 때문에 임의로 달라질 수는 없어요. 처음이랑 양은 똑같은데....”
“아니에요, 제가 처음에 왔을 때 이거 좋아해서 많이 먹었는데, 확실히 지금은 연어 양이 줄었어요. 이러면 좀......”
식당을 하면서 손님에게 들어선 안 되는 말 중 하나가 “처음이랑 좀 달라졌어요.” 다.
이 말은 깊게 해석하자면 ‘초심을 잃었다.’라는 질책이다. 이런 건 바로바로 주방 실장님께 알려야 한다.
“실장님, 혹시 캘리포니아 롤 연어 양 줄었어요? 난 들은 바가 없는데...”
“아뇨? 똑같은데요?”
“근데, 손님이 연어 슬라이스 개수가 줄어들었다고 그러는데?”
“아니에요, 저 처음 팀장님한테 교육받은 대로 하고 있어요.”
이제 2년이 조금 지난 가게인데, 가끔씩 “양이 줄었다”라고 말씀하시는 손님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주방에 물어보면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동일하다”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일부 손님들의 눈엔 양이 달라 보이는 걸까?
처음 음식을 접할 땐 첫 경험이라 그 모습이 신선하다. ‘어머, 이런 게 있네.’하며 신기함 반, 반가움 반으로 음식을 먹는다. 혹시 처음이라면 음식의 모양을 눈에 담고 그 맛을 음미하는데 집중한다. 다른 곳에서 동일한 음식을 먹어본 경우라면 과거의 그것과 장단점을 비교하며 맛을 본다. 과거의 것이 낫다면 두 번 다신 시키지 않을 것이고 지금의 것이 낫다면 장점이 부각되어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후 두 번째, 세 번째 먹게 되면 처음 맛보았던 것과 동일하기에 입이 반갑다. ‘역시’를 되뇌며 첫 번째 먹었을 때 느꼈던 장점이 뇌리에 강렬하게 박힌다. 그리고 한 동안은 찾지 않는다. 너무 이것만 먹었나 싶으면서 다른 것에 눈을 돌린다. 한참 후 다시 생각이 나서 찾아서 먹게 되면 ‘원래 이랬나?’ 하며 처음 음식을 접했을 때와 다시 비교도 하기에 이른다.
솔직히 대부분은 여기까지 생각하지도 않는다. 음식에 대해 뭘 그리 깊게 생각하기엔 우리의 식사시간은 너무 짧다. 음식점 입장에서 변명을 해보자면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것이기에 매일의 모양은 조금씩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은 변화에 예민하거나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의 눈엔 어찌 보니 달라 보이기도 한다. 그 작은 변화를 오차가 아닌 ‘다름’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오차와 다름, 그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