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8살부터 24살까지 약 7년간 How I met your mother이라는 미드를 약 300번 정도 반복해서 봤다. 정말 너무 좋았다. Bigbang theory는 약 50번 정도 봤다. 주인공들은 정말 나를 미친 듯이 웃게 만들었고 짜임새 있는 스토리는 나를 매료시켰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홀린 듯 봤던 것 같다.
방학 때는 하루 14시간씩 미드를 보곤 했던 것 같다. 평상시에는 샤워할 때, 버스 탈 때, 길을 걸을 때, 밥 먹을 때, 자기 전에 등등 하루에 남는 자투리 시간을 모아 약 3시간 이상씩 매일 봤었다(대부분 시간 쉐도잉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2020년부터 현재까지 2년간 또 How I met your mother을 수도 없이 보고 있으니 대충 계산을 해봐도 1만 시간이 넘는다. 그렇게 많은 시간 미드를 공부하며 얻은 주옥같은 깨달음들을 공개한다.
1. 보기만 하면 영어는 죽어도 늘지 않는다.
당신이 천재 중의 천재가 아닌 이상, 그냥 본다고 영어가 늘지 않는다. 나도 초창기 보기만 했을 때는 전혀 영어가 안 늘었다. '보다 보면 귀가 뚫리고 점점 영어가 익숙해져서 실력이 늘겠지?'라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슬프게도 영어 듣기가 조금 늘고, 말하기는 전혀 늘지 않는다. 아마 지금도 99% 사람들이 미드를 보고만 있을 것이다.
미드 공부는 광활한 바다에서 낚시를 하는 것과 같다. 그 넓은 바다에서 낚싯대만 걸어놓으면 물고기가 잡히는가? 계속 낚싯대를 움직이며 물었을 때 끌어올려야 한다. 적극적으로 낚시를 하지 않으면 물고기를 잡을 수 없듯, 가만 누워서 미드를 보기만 하면 수많은 표현들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여러분이 기억해야 하는 것은, 처음에 재미를 붙일 때는 그냥 보는 게 필요하지만, 재미가 붙고 나면 그때부터는 조금씩 '진짜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
2. 쉐도잉 딜레마
앞서 말했듯, 미드는 마치 바다낚시와 같다. 너무나도 방대해서 여러분이 놓치는 것이 너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효과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등장한 방법이 그 유명한 "쉐도잉"이다. 말이 거창하지, 그냥 입으로 따라 하는 것이다. 확실히 나도 쉐도잉을 하면서 영어가 많이 늘었다. 효과가 좋은 것만은 확실하다. 눈으로 볼 때 놓치기 쉬운 것들을, 입으로 하나하나 따라 하면 놓치는 것들이 줄어든다.
문제는 쉐도잉은 상당히 귀찮고 힘들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드는 상당히 빠르다. 한 5분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칠 것이다. 잘 못 따라가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은 덤이다. 이 힘든 일을 해야 하는데, 과연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 그래서 쉐도잉이 효과적인 것은 맞지만, 너무 쉐도잉을 몰아치면 여러분은 영어에 질려버릴 것이다. 그래서 보기도 하고 쉐도잉도 하고 적절하게 균형을 잡아 재미있게 해나가야 한다.
3. 진짜 알고 있는가?
수능 영어 1등급, 토익 905점인 나는 내가 영어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많은 단어들 표현들을 입 밖으로 꺼내 쓰는 건 전혀 준비가 안되어있었다. 미드를 보기만 할 때는 그렇게 어렵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런데 막상 입 밖으로 따라 해보려고 하니 형편없는 내 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학창 시절 듣기 읽기는 익숙하게 했지만, 말하기는 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조금이 아니라 아무것도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는 충격은 컸다.
그렇게 깨닫게 되었다.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것이 진정 아는 것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기준' 자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지나가지 않고 내 입으로 '확인' 해봤다. 돌다리 두들기듯 하나씩 하나씩 확인하면서, 영어 말하기는 빠르게 향상되었다.
기억하라. 내 입으로 못쓰는 건 아는 것 같아도 아는 게 아니다.
4. 한국 사람 영어 발음
한국에서는 단어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단어를 모르면 문제 자체를 풀 수가 없다. 그래서 간단한 문장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학생들이 5000개씩 단어들을 외운다. 이런 한국 사람들의 영어 발음은 다분히 단어 중심적이다. 그래서 문장을 읽을 때도 개별 단어들을 발음하는데 초점을 맞추지, 문장을 발음하지는 못한다.
문장에서의 개별 단어들은 사실 크게 중요하지가 않다. 문장 전체가 주는 분위기, 의미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실제 영어에서는 많은 단어들의 발음이 '희생'된다. 소위 연음이라고 하는데, 문장을 말하려고 하다 보니, (단어 하나하나 정확하게 발음하는 게 아니라) <다너 하나하나 정와카게 바르마는게 아니라>두리뭉실하게 휘리릭 문장 전체를 발음하는 것이다.
그러니 원어민 영어는 한국사람에게 잘 안 들리고, 또 한국사람의 발음은 원어민도 못 알아듣는 것이다. 또 단어 중심으로 말하면 현재 발음하는 단어는 괜찮지만, 다음 단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에, 다음 단어 발음하는 게 힘들어진다. 그러니 문장을 말하는 게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단어로만 말을 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발음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편한 발음은 필수이다. 영어를 하는 데 있어서 발음이 불편하면 자꾸 피하게 되고 잘 안 쓰게 된다. 좋은 발음까지는 아니더라도 편한 발음은 꼭 챙겨야 한다.
5. 반복은 사랑입니다.
새로운 미드가 나올 때마다 공부하는 미드를 바꾸는 사람들이 있다. 슬픈 소식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영어를 잘하게 될 확률은 상당히 낮다. 집중해서 봐도 놓치는 게 많은데, 한 번만 쓱 보고 영어가 는다? 당신이 아인슈타인 이어도 안된다. 한번 본 미드를 또 보고 또 보는 것은 정말 효과적이다.
반복하면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본인이 잘 안 되는 표현들을 집중 공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람이 잘 안 되는 표현들은 뻔하다. 3인칭, 과거, 현재 완료, 과거완료, 가정법 이 정도이다. 미드를 반복해서 보다 보면 이런 본인의 약점들을 파악하고 더 나아가 개선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좋다.
또 반복하면 같은 표현을 익숙하게 연습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효과적이다. 영어는 결국은 누가 많은 표현을 달달 외워서 편안하게 쓰냐가 관건이다. 간단한 표현들이라도 자주 보면서 익숙해지고 외워지면, 그게 단단한 실력이 되는 것이다.
영어 말하기는 생각을 해서 문장을 만드는 게 아니라, 미드에서 본 문장을 외워서, 비슷한 상황에서 툭 뱉는 게 영어를 잘하는 것이다. 실제 상황에서 생각을 해서 문장을 만드는 것은 아이큐가 300 이어도 불가능하다. 반복해서 보면 이렇게 달달 외워진 표현들이 늘어난다.
또 더 자세한 팁을 주자면, 반복해서 볼 때, 반복 범위가 짧을 수록 효과가 좋다. 모든 시즌 공부보단, 에피소드 5개만 돌려보는게 낫다는 이야기다. 다만 돌려보는 에피소드 개수가 적을수록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개인마다 다르므로 자신에게 맞는 범위를 정해서 돌려보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6. 문법의 환상
단언컨대, 문법은 말하기에서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완벽한 영어는 문법 공부가 아닌, 미국 사람들 쓰는 영어를 외워야 얻을 수 있다. 사실이다. 미국 사람들이 쓰는 표현이 정확한 거지, 여러분 머리에서 문법으로 짜 맞춘 문장이 정확한 게 아니다.
아직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문법을 집착하는 이유는, 문법을 정복하면 정확한 표현들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있을 거라는 환상 때문이다. 몇 초안에 내가 할 말을 문장으로 뱉는 행위에서는, 생각할 시간이 없다. 생각할 수 없다면 문법으로 문장을 짜 맞추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설사 여러분이 천재여서 그게 가능했다고 해도, 그건 미국에서 실제로 쓰는 문장이 아닐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문법은 딱 두 줄만 공부하면 된다. 1 문장 1 동사, 일반동사 vs Be 동사 이거 말고는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 이거 하고 바로 미국 사람들이 쓰는 영어 외우면 끝이다. 문법에 대한 환상 이제는 버려야 한다.
7. 영어 찢어 나가기
아는 만큼 보인다고, 미드에서 자신이 아는 표현만 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는 표현은 반갑지만, 잘 이해 안 되고 복잡해 보이는 표현은 마냥 싫은 게 사실이다.
이러다 보면 본인도 모르게 자신이 이미 아는 표현 위주로 영어가 발달할 수밖에 없다. 자신 없는 표현이나 문장들은 자꾸 피하니,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는다. 영어 실력을 늘리려면 자신이 없는 표현들, 복잡한 표현들도 하기 싫지만 해서 내 영어의 지평을 찢어 나가야 한다.
근육도 찢어져야 성장하듯, 내 영어도 찢어져야 성장할 수 있다.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작아 보이겠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표현들,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 하나씩 적극적으로 정복해 나가야 한다.
그걸 하기 위해서는 반복은 필수이다. 그렇게 익숙하지 않고 불편한 문장을 익히게 되면, 전에는 놓쳤던 표현들이 잘 보이기 시작하고 강화될 것이다.
미국에 산지 몇십 년이 지나도 영어가 안 느는 사람들의 특징은 본인이 하는 영어만 쓴다는 것이다. 찢어 나가든가 아니면 평생 머물러야 한다. 그것은 여러분의 선택이다.
8. 코미디의 힘
이제까지 다룬 7가지 포인트는 모두 반복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 드라마로 영어를 해내기 위해서는 반복은 필수이다. 그러면 반복을 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반복을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다. 재미가 없으면 반복을 할 수가 없다. 재미 중에서도 코미디를 통한 재미가 아니면 반복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흥미진진한 것과 재미있는 것은 다르다. 가령 법정 드라마를 본다고 하면, 흥미로울 수는 있지만 재미있을 순 없다. 특히 두 번 세 번반복했을 때 이미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미디는 다르다. 똑같은 개그도 다시 보면 재미있다. 내용을 다 알고 있어도 다시 들으면 재밌는 게 코미디다. 그래서 미국 드라마를 선정할 때 여러분들이 많은 반복을 하고 싶다면 코미디 위주로 고르는 것이 좋다. 시트콤(Situation Comedy)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여러분이 의지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어도 될 수 있는 것을 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지고 들어가는 싸움을 하면 안 된다. 코미디로 시작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300번을 봤지만 how I met your mother은 아직도 재미있다.
9. 한국에서 영어를 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슬프지만 사실이다. 영어 한마디 쓰지 않는 이 나라에서 영어를 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가장 좋은 것은 미국에 가서 사는 것이다. 그러면 훨씬 쉬워진다. 나이가 어릴 때 갈수록 좋은 건 사실이다.
근데 이런 호사는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한국에서 영어를 해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차선책인 미드 공부는 혼자 해나가기엔 정말 쉽지가 않다. 고백을 하자면 나는 굉장히 독한 사람이었다, 정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살았던 거 같다. 그랬기에 영어를 혼자 미국 드라마로 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운이 좋았고 나는 해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걸 몇 사람이나 해 낼까 싶을 정도로 험난한 여정이었다. 지금 당장 유튜브에 가 봐도 혼자 한국에서 미국 드라마를 영어로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만약 돈을 내더라도,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그 많은 시행착오를 없이 더 빠르게 영어를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내 학생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몇 년에 걸쳐서 공부해도 몰랐던 것들을 지금 내 학생들은 편안하게 잘 구사하는 모습을 본다. 지금 내 글을 읽는 당신은 내가 내 수업을 홍보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진심이다.
힘들게 여러분이 혼자 해낸다고 해서 알아줄 사람 아무도 없다. 여러분이 나처럼 이런 경험을 살려서 영어를 가르칠 것도 아니고, 차라리 전문가한테 맡겨서 빠르게 영어로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돈 아낀다고 혼자 하는 것은 제발 하지 말길 바란다. 그렇게 버리는 시간은 생각 안 하는가? 내가 했던 고생을 여러분들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
우리 수업을 소개하자면 약 50명의 학생들이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꾸준하게 매일매일 영어를 공부해나가고 있다. 함께 여정을 시작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함께하기에 이렇게 꾸준하게 오래갈 수 있지 않나 싶다. 우리와 함께 하고 싶으신 분들은 우리 웹사이트에서 수강 신청을 해 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