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최선입니까?

글쓰기는 어렵다

by 항해사 어름

우연히 한 브런치 작가님의 '글쓰기를 잘하는 법'에 대한 내용을 접했습니다. '하수'가 쓴 글은 단지 글이 잘 읽히는데 그칠 뿐이고, 진정한 글이란 그만이 갖는 특색과 흡입력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야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제 글을 보았습니다.


가끔 제가 혼자 쓴 글을 읽다 보면 이렇게 난해한 글도 없다는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이게 최선인가 싶지요. 그런 글들은 위의 맥락에서 '하수'의 축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생각의 배설물이랄까요? 미리 써두었던 결과물에 대한 자신감도 이내 뚝 떨어지고야 맙니다. 글을 쓰는 '작가'라면 이런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이 들 때 저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를 되새깁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본능 때문입니다. 살고자 하는 본능이지요. 저는 인간의 본능 상 필연적으로 글쓰기와 같은 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느낍니다.


인간은 살고자 하는 원초적 본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국 죽습니다. 이에 더해 죽음을 머리에 그리는 상상력까지 타고나버린 인간은, 운명을 피할 수 없음에도 끊임없이 피하고자 하는 역설적인 비극의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은 자신의 본능에 굴복하며 살고자 하는 욕망을 맹목적으로 추구합니다. 살고자 하는 마음은 죽음을 상상하면서 극도로 강화된 나머지 영원히 살고자 하는 마음에까지 다다릅니다. 그래서 종교에선 윤회나 영생의 개념을 설득하고 독려합니다. 하지만 종교가 없는 사람은 엄청난 실존의 위기에 직면합니다. 그에게 사후세계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다름 아닌 인간 세상에 나름의 자취를 남기려 부단히 노력합니다. 유명인사들이 그토록 자서전을 좋아하는 것, 생의 마지막 국면에 들어선 자들이 그토록 예술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 등은 이런 맥락에서 꽤나 설득력 있게 설명됩니다. 그래서 저 또한 당연히 인간이기에 예외 없이 자취를 남기려는 욕망에 빠져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자취를 남기는 것은 그 어떤 선도 악도 아닙니다. 극명한 예로 나치주의의 선두주자 아돌프 히틀러는 우생학적 사상을 이용해 천문학적인 수의 사상자를 발생시켰고 지금까지도 그의 이름이 회자된다는 점에 그의 자취는 여느 누구보다 강력합니다. 하지만 타인의 자유를 파괴하는 행동은 그 자체로 파멸의 행위이기에 이러한 자취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 자취라는 것은 반드시 바람직한 방향으로 향해 있어야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향은 '사랑'입니다. 여기서 사랑이라 함은, 에리히 프롬의 말을 빌리면 배려와 존중, 책임과 지식입니다. 대상을 나의 잣대로 함부로 평가하는 일 없이, 겸손한 마음으로 꾸준히 알려고 노력하는 것, 본인이 사랑하고자 함에 응답하고 끊임없이 배려하는 것. 그리고 사랑은 이를 바탕으로 그 어떤 것도 파멸하거나 소비하지 않고 끊임없이 생산하고 창조한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좋습니다. 우리 모두가 갖춰야 할 궁극적인 감정이며 태도이자 행위인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랑이 지향점이 되었을 때 우리의 자취는 그 자체로서 사랑을 창조하고 사회, 더 나아가 우주를 통합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누군가가 남긴 자취를 보고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지평을 넓힐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타인과 사회에 대한 이해로 귀결되기에 사랑입니다. 그리고 사랑을 독려하는 철학이 쓰인 글은 그 자체로 사랑을 이야기하므로 더욱 좋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어떤 자취를 통해 마음속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그 자취는 충분히 맡은 바 소명을 다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만의 특색이 모자라고 유려한 기술이 없더라도 괜찮습니다. 스스로 제 글이 여전히 편협하고 두서가 없으며 부족하다고 느낄지라도, 언어를 매개로 하는 무언의 메시지가 전달된다는 생각만으로도 충분니다. 글쓰기 자체가 욕구의 충족이자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이 제게는 커다란 의미니다. 열린 마음으로 저의 글을 한 번쯤이라도 읽으면서 무언가에 대해 떠올리고 숙고하였다면 이미 그것만으로도 제게 의미를 안겨준 셈이니까요. 저 또한 괜찮다면 여러분의 의미가 되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오늘도 생각하고,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