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항해사 어름 Feb 04. 2023

부자 되는 법

먼저 물어야 할 질문

어느 날 친구와 술을 먹으며 연애상담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친구는 여자친구와의 관계가 이제 지긋지긋하다며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어떻게 하면 헤어질 때 얘가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 수 있을까?"


저는 반사적으로 되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음.. 왜 꼭 후회하게 만들어야 해?


친구는 그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배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왜"라는 질문은 처음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어떻게"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었지요.


 친구는 여자친구에게 보복하는 것에 배신감이라는 이유를 부여했습니다. 그것이 적어도 그에게 있어서만큼은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고 그로 인해 그는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친구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성을 되찾고 나서야 본인이 덧없는 생각을 했다는 것을 인지했습니다. 더 이상 여자친구에게 악감정을 느끼고 복수를 할 이유가 사라졌고, 그는 더 이상 "어떻게"를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왜"가 사라졌기에 "어떻게"는 의미가 없어진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요?



당장 서점에만 가서 보더라도 "어떻게'에 대한 책은 쏟아집니다.


어떻게 투자, 어떻게 영어, 어떻게 연애, 어떻게 공부, 어떻게 입시, 어떻게 글쓰기,

어떻게 인상관리, 어떻게 행복, 어떻게 요리, 어떻게 성공.


저는 공을 하고 싶어 자기 관리를 합니다. 부자가 되고 싶어 투자를 하지요.

그래서 더욱 성공의 지름길을 모색하고 투자 관련 지식을 쌓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성공해야 할까? 왜 부자가 되어야 하지?



성공을 한다면, 부자가 된다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부자가 되어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살고 싶다면 굳이 좋은 것을 누리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 좋은 것의 끝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우리는 남이 시킨 일을 이유도 모르고 했을 때 마음속에 불만이 솟아오르고 능률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이유를 모르는 행동은 맹목적이기 쉬우며 그렇기에 방향성을 잃고 헤매기 쉽습니다.


 오늘부터 경제와 관련된 서적을 매일 최소 한 시간씩 읽으려고 마음먹는다고 하더라도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 삶에서 왜 경제 지식이 중요한지, 그리고 왜 굳이 이를 위해 책을 읽는 방법을 택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기에 얼마 못 가서 방향을 잃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제학도로서 경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넓힘으로써 더 능력 있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적이라거나, 경제적 자유라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멘토의 조언에 따라 경제적인 안목을 갖추기 위한 목적이라면 큰 동기부여가 됨으로써 꾸준하게 노력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성공을 해야 하는 이유, 부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모든 사람이 하나로 통일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물었을 때 자기 나름의 명쾌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맞는지 더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그것을 이루고자 함이 으레 남들이 그러하기 때문에 모방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것을 바라는 것인지를 말입니다.


 혹자는 이를 보고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습니다.

 " 세상에 성공하기 싫고 부자가 되기 싫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왜'를 묻는 것은 단지 본인이 그걸 이룰 자신이 없기 때문에 하는 패자의 무의미한 사색에 불과하다. 나는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을지언정 성공과 부에 대한 나 욕구가 오롯이 나로부터 비롯됐다고 장담한다."



속눈썹 감모증


 저는 이런 주장에 대한 답으로 현대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속눈썹 감모증"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듣기보다 굉장히 쉬운 얘기니 조금만 따라와 주세요.


 보톡스를 개발한 대형 제약회사인 앨러간은 옅거나 숱이 가는 속눈썹의학적 개입을 필요로 하는 일종의 질환임이 밝혀졌다고 홍보합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에 대한 치료법으로서 라티스라고 불리는 로션을 출시하였으며, 이를 꾸준히 바를 경우 정상적인 긴 속눈썹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합니다. 평상시에 자신의 속눈썹에 대해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고 관심도 없었던 여성들은 이 광고를 계기로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속눈썹에 신경이 가기 시작합니다. 원래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신체적 특징이 이제는 보편적인 아름다움 또는 정상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열등감의 분화구로 자리 잡습니다. 뚜렷하고 긴 속눈썹을 가진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게 우월감을 느끼고 반대의 여성은 열등감으로 인해 조금씩 본인도 모르게 속눈썹을 붙이거나 그 로션을 구매할 욕구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해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를 위해 욕구가 나오는 역설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으레" 좋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면 위의 이야기가 비단 속눈썹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이동의 편의성만을 위해 이용하였던 자동차는 이제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경제적 지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발명되었던 손목시계는 이제 꼭 다이빙을 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멋을 위해 다이버 워치를 거금을 주고 사록 종용합니다. 동양인만의 매력으로 간주되었던 긴 무쌍의 눈 쌍꺼풀 공장의 재료로서 수험생을 대상으로 특별할인까지 하며 치도록 강요받습니다. 리가 발라야 하는 고가의 로션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욕구는 채워지는 순간부터 사라집니다. 배 한창 고플 때에는 입에 들어가는 것이면 뭐든 맛있어 보였는데 배불리 먹고 나니 렇게 맛있어 보였던 치킨이 남아있는 걸 보고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남은 치킨을 보며 우리는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간절히 바라왔던 성공과 부에 대한 우리의 기준을 충족시키고야 말았을 때, 그것이 이 앞의 치킨처럼 공허한 대상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을요.


 이렇게 보았을 때 세속적인 의미의 부와 명예는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어차피 죽으면 하나도 빠짐없이 내놓아야 하는 것들인데 굳이 목숨을 걸고 지나치게 추구할 의미가 있을까요? 100만 원을 벌면 1000만 원을 벌고자 하고, 1억이 모이면 2억을 모으고자 하는 게 사람의 심리인데 이 무한한 레이스의 종착지는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 자체로 목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궁극적인 를 위한 수단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의미를 위한 수단으로써 라면 성공의 순간과 부의 기준을 지났을 때에도 우리의 삶은 각자의 가치로 여전히 빛날 것이니까요.


 궁극적인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에 여기서 본인의 생각의 장을 열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기에 그 장을 열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독서입니다. 다양한 방면의 탐색을 통해 우리는 니체가 그러했듯 우리만의 망치를 갖고 기존의 맹목적인 가치들을 부수고 우리만의 가치관을 세워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가치관 속에서 우리는 판단해야 합니다. 우리의 가치관 속에서도 여전히 그 세속적인 무언가가 필요한지 또 그렇다면 얼마나 필요한지를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 셈이니까요. 방향이 바뀌었다면 그것은 또 다른 큰 의미가 있습니다. 더 이상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비본질적인 것을 추구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테니까요.


 방향 없이 맹목적인 추구는 힘이 약할뿐더러 사람을 방황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여태까지 신처럼 섬겨왔던 것들이 사실은 의미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동안 쏟아부었던 시간들이 허망해지고 우리는 끝없는 절망의 심연 속으로 추락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을 쥐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오로지 나 자신만이 할 수 있습니다.


 쓸모없고 희망 없는 노동보다 더 끔찍한 고통은 없다.
- 알베르 카뮈 -



 가치관을 찾고 싶으나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1. <존재와 시간>, 하이데거

 2. <시지프의 신화>, 알베르 카뮈

 3.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4.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지그문트 바우만

 5.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6. <자기를 위한 인간>, 에리히 프롬

 7. <대한민국 진로백서>, 정철상

 8. <에센셜리즘>, 그렉맥커운

 9. <어떤 생각들은 나의 세계가 된다>, 이충녕



사진 출처 : PIXAB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