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BIAF 3일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후기
2022년 BIAF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 시작했고, 다양한 애니메이션 작품을 영화관에서 봤다. 많은 애니메이션들이 한국에서 개봉되지 못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차별성과 시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상업성이 되지 못한 작품의 한계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영화제를 통해 새롭게 알려지고, 볼 수 있던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세계는 영화와 다르게 상상력을 통해 실제 영상과 다른 미학을 품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세계가 있기에 애니메이션은 영화와 다르게 새로운 흥미를 이끄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점에서 상업성의 한계를 느끼지만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선택하여 한국에서 개봉해준 부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BIAF]에 감사를 표한다.
1. 워크인 프로그레스
매년 부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위한 학술의 장을 마련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었다. 이번에 인물은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이었다. 일본 내에서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추구하던 그였기에 이번 워크인 프로그레스도 기대했다.
그리고 그가 이야기한 것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세계의 창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만들었던 수많은 작품이 항상 새로운 만큼 그의 세계는 방대했고, 세밀했다. 그 정도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 항상 완벽한 결과물로 나온 이유라고 생각한다.
2. 사슴의 왕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은 준수했다. 원작이라는 세계관의 고증과 표현을 섬세하게 해낸 점에서 애니메이션은 만족스러웠다. 그만큼 이번 애니메이션에 만족한 것이라고 믿는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세계가 과거로 거슬라갔을 때의 그런 모습까지 바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때의 강렬하게 그 장의 스크린을 오갔던 애니메이션이 아직도 살아서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만으로도 역할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을 극장판 애니메이션 시간에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적절한 부분을 엔딩으로 정했다. 그 점은 아쉬우면서도 원작의 남은 부분을 새롭게 각색해서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이어지도록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 아쉽지만, 즐거웠던 애니메이션이라고 판단된다.
3. 이 세상의 (그리고 다른 세상의) 한구석에
위에서 언급한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 세상의 한구석에의 감독판이다. 감독님은 처음 애니메이션을 들고 부천에 찾아오셨을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30분 정도의 서사가 잘린 작품이라서 아쉽다. 그리고 그는 30분의 메꾸지 못한 서사를 붙여 다시 우리에게 찾아왔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부족하다고 느낀 감정과 주인공 스즈라는 인물의 변천사를 좀 더 뚜렷하게 애니메이션에 담았다고 느낀다.
그만큼 나는 이 세상 한구석에 라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사랑할 수 없다. 애니메이션 이 세상의 한 구석에는 바로 태평양 전쟁이 지속되면서 겪게 되는 사건을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으로서 태평양 전쟁은 참으로 힘든 과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스즈라는 인물이 겪었던 그 시기도 무시할 수 없다. 그녀가 가진 재능에 비해 전쟁이 가져온 공포와 고통은 그녀의 평범한 운명마저도 짓밟은 현실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면 양분된 감정을 느낀다. 일본의 침략과 수탈로 잃어버린 나의 조국과 전쟁으로 사라져 버린 그들의 인생을 말이다. 그래서 스즈라는 인물이 겪었던 순간의 감정을 이해한다. 그리고 전쟁이라는 비탄한 슬픔을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또 하나의 감정을 품게 된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좋아하지만 사랑할 수 없기에 그저 보기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