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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안긴 건축

히가시야마 카이이 세토우치미술관

by 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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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은 정원을 좋아한다. 집 안에 존재하는 나만의 작은 공간. 자연을 내 눈앞에서 즐기는 화사로운 풍경 등의 모습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자연의 풍경을 사랑하기에 종종 인스타그램 혹은 여러 문화유산을 직접 반문하고 감상하고 온다. 그럴 때마다 정원이라는 공간이 내 눈앞에 펼쳐질 때 느껴지는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과거에 내가 이야기한 석파정처럼 과거부터 전승되어 온 자연의 정원에 감동한다. 혹은 안동에 병산서원처럼 병풍으로 산이 둘러 쌓인 곳에 풍경이 좋다. 서원이 자연 속에 안긴 모습도 보인다. 현대의 정원은 다른 면모도 보여준다. 파주의 ‘미메시스 뮤지엄’은 하얀 건축물이 잔잔한 물결처럼 도시를 가로지른다. 그래서 도시의 중심이 되어 거대한 정원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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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다양한 풍경을 품어주고, 감싸는 모습이 있다. 그래서 건축은 자연으로부터 독립된 존재가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결국 인간이 건축을 지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다르게 본다. 건축은 자연에 속한 재료를 사용했다. 빛을 통해 건축이 살아난다. 자연에 귀속되어 표현된다. 그렇게 건축은 곧 자연에 녹아가는 면모를 보인다. 그렇기에 단순히 건축을 보는 시선 그 자체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이번에 그러한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건축 양식을 보고 왔다. 바로 일본의 세토대교의 근교에 위치한 ‘히가시야마 카이이 세토우치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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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세토우치 미술관에 대하여 먼저 이야기해본다. 일본의 세토대교가 지나가는 근교에 위치한 샤미지마 지역에 세워진 미술관이다. 히가시야마 카이이라는 일본의 일본화 화가의 그림을 전시한 미술관이다. 동시에 이곳은 노출 콘크리트 기법을 사용한 미술관인데 지난번에 소개한 건축가 '다나구치 요시오'의 설계로 완성된 미술관이다. 이러한 노출 콘크리트라는 기법은 자연과 매우 어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 미술관은 자연의 조화를 매우 특별한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바로 세토대교의 모습과 함께 대교를 품은 바다의 풍경을 그대로 담는다. 이렇게나 아름답게 조화가 이루어지는지는 점이 좋았다. 특히 건축과 자연의 조화를 믿는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나의 생각을 다시 한번 확신하였다. 처음 입구로 들어가는 곳에서는 녹음이 푸른 공원 같은 곳에서 시작한다. 노출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거대한 건축은 처음 위상을 보일 때 바다를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 공간이 웅장하지만 답답하게 느껴진다. 마치 거대한 장벽이 나를 막아 세운 기분이다. 하지만 그곳에 입구로 시작하여 전시 순서를 따라 진행되는 길을 걷다 보면 어둠에서 빛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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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빛이 점차 시작되는 구역을 통해 색채의 결이 달라지는 미술전시품을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사각형 입구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한순간에 펼쳐지는 바다가 보인다. 처음에는 건물이 벽이지만, 장벽의 미로를 뚫고서 광경을 선사한 인상은 오랫동안 나의 뇌리를 강타했다. 통유리창으로 막혔지만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던 카페가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노출콘크리트의 벽과 같던 미술관이 한순간에 갈라져서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바다에 안긴 건축물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많은 건축은 결국 자연을 품으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있다. 이러한 점이 건축을 짓는 이들에게 가장 큰 염원이자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건축의 입구부터 출구까지의 과정을 보고 난 후에도 건축의 주변을 빙빙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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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결정한 것은 가장 높은 하늘을 올라갈 수 있는 기구를 타고 샤미지마의 전 지역을 살펴보면서 동시에 미술관의 모습도 봤다. 바다를 등지고서 직사각형의 콘크리트 건물이 놓여있는 것이 꽤나 인상 깊었다. 처음에는 가로막힌 곳에서, 바다가 보이는 지점까지 이상할 만큼 표현이 다채로운 건축은 나름 처음이다. 그래서일까 샤미지마의 몇 안 되는 버스를 타고 다시 나가야 하는 동안에도 계속 여러 곳을 다니고, 사진을 찍었다. 한 번이라도 그곳에 발을 딛고, 볼 수 있는 것을 눈과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만큼 건축이라는 세계에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인 듯했다. 언젠가 다시 그곳을 방문할 것이다. 하지만 처음 본 그 순간의 바다와 건축의 표현 그리고 내가 믿는 신념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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