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세상이 멸망했다면

by 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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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씩 월요일이 찾아오기 전에 이런 생각을 들 때가 있다. 월요일이 오기 전에 세상이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 이기적이고, 잔혹한 상상은 내 머릿속에서만 실현될 때가 있다. 핵전쟁, 좀비의 습격, 기후변화, 이유 모를 멸망 등이 생성되었다가도 금방 사라진다. 월요일 아침이 밝아오면 생각할 기운도 없이 일주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가끔씩은 내가 상상했지만 현실로 닥친다면 어떠할지 공포스러울 때도 있었다. 세상이 멸망하면 먼저 살아남을 해결책을 구할 주인공이 아니라 멸망 직후 바로 사라진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다만 이런 상상은 나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상상을 배경으로 세상을 여러 번 멸망시켰다. 기본적으로는 소설이 먼저 시작했고, 영화가 부상했으며, 요새 대세는 게임으로 전파되어 세상을 멸망시킨다. 이렇게 아찔한 가상현실들이 멸망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묘한 감정들에 휩싸인다. 망해가는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이거나 생존에만 몰두한 인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들에 지금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는 과연 멸망하지 않으며 다음 후대까지 지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혼자만의 고민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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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저러한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도 당장은 알 수 없기에 생각은 머물지 않고 흘러가버린다. 하지만 남아있는 찝찝한 상상을 뒤로하고 또 다른 상상을 경험하고자 새로운 가상현실을 꺼내 든다. 이번에는 어떻게 세상이 멸망하고 나는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 궁금증을 자아내며 앞으로 나아간다. 가끔씩은 이미 선보였던 멸망의 전조나 스토리 구성도 보이지만 그래도 재미있으면 상관은 없다. 비슷한 조건에 의해 세상이 멸망되어도 세계관과 방식은 다르기에 괜찮다. 오히려 비슷한 멸망 조건을 가진 이야기일수록 조금씩 다른 형태나 크리에이터의 상상력이 더욱 돋보일 때가 있으니까.


이렇게 멸망된 직후의 수많은 상상력으로 지워진 자리를 채워야 하는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을 찾아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그들이 지워진 곳곳마다 채워 넣은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거나 분석하면 나도 언젠가 그런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설렘도 가져본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을 미리 보고 나서 시작하면 여러 가지 요소를 카피한 작품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나도 그런 부담감에서 자유롭지는 않을 것이다. 디만 우리는 멸망된 세계보다 그런 세계에서 살아남은 캐릭터와 배경에 초점을 둔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나는 충분한 지식을 품고 싶다. 그렇게 쌓아둔 지식은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상상력이 뻗어질 거라 믿는다. 아니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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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 여러 가지 소설과 영화 그리고 게임에서 나타난 아포칼립스와 생존자 그리고 그와 비슷한 상황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밤잠을 설칠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런 상황을 겪는다면 이라는 걱정을 느껴도 제발 멈추기를 바란다. 세상이 멸망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멸망한다 해도 사과나무 한그루 정도 심어 두면 괜찮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