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20세기 소년 by. 우라사와 나오키
인간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다른 인간과의 소통과 같은 매개체를 활용한다. 대화를 하거나 행동으로 소통한다. 누군가와 불쾌한 소통으로 인해 폭력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욕망 혹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얻게 되는 성적 행위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인간은 수 만 명의 존재와도 관계를 맺을 때가 있다. 그리고 관계는 다시 뻗어나가 국가 전체를 연결하는 그룹이 된다. 인간은 소통과 관계를 통해 삶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하지만 관계라는 것은 매우 세심하고 어렵다. 항상 달라지는 상황과 문제들로 관계를 깨지거나 무너지기도 한다. 개인적인 관계가 원한으로 변하고 폭력적인 문제도 충돌적으로 일어난다. 사람이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이기 마련이다. 특히나 현대사회로 오면서 생겨나는 복잡한 현실들로 인해 높은 벽마저 느낀다. 결국 치열한 경쟁과 더불어 맺어야 하는 관계가 많아지면서 되려 폭력과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사소한 관계가 틀어지면서 폭력적인 상황을 벗어난 경우가 있다. 그리고 상처 받은 관계는 어른이 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멸망시킨다. 바로 20세기 소년에서 '친구'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인류는 항상 지구의 멸망 혹은 세계의 위협에 대한 수많은 가설을 세웠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처럼 위험한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해 많은 사람들이 죽기 시작한다. 아니면 어떤 정신 나간 과학자의 거대한 로봇으로 인해 인류의 해악을 끼치게 만든다. 아니면 신흥 종교로 인해 인류 전체가 위협적인 상황에 놓인다. 그런데 이런 거대한 멸망이 친구끼리 놀던 아지트에서 상상했던 것과 똑같이 일어난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크레파스와 색연필로 삐뚤빼뚤하게 그림과 글씨를 적어둔 스케치북에 남겨둔 세계 멸망 계획서가 예언서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참으로 어이없고도 허무맹랑한 상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만화는 그런 상상으로 세상을 멸망시킨다. 친구 사이의 피어오르는 사소한 문제가 점차 커진다. 어른이 되면서 잊어버린 과거는 누군가에게 지속적인 상처로 남겨졌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어린 시절은 추억이고, 지만 또 다른 이 에게는 고통스러운 기억에 지나지 않는다. 이어져온 상처들은 삐뚤어진 어른의 형상이 되었다. 그것이 세계 멸망을 시킬 만큼 어마어마한 원인이 되었다. 참으로 웃긴 만화적 상상이지만 인간에게 관계는 세계를 멸망시킬 만큼 중요한 것은 맞기에 상상이라고 지나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만화 20세기 소년의 허무맹랑한 세계 멸망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화 20세기 소년은 세계의 멸망을 단숨에 보여주지 않는다. 멸망을 위한 전초적인 작업과 막으려고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활약한다. 하지만 예언에 따라서 그들의 발버둥 쳐도 멸망은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멸망에 모든 지점에는 '친구'가 존재했다. 독자는 '친구'라는 존재의 미스터리함에 궁금함을 느낀다. 하지만 제대로 알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를 멸망시킬 만큼 강력한 존재니까. 하지만 주인공 켄지와의 관계를 들춰보면서 친구를 알게 된다. 그리고 그가 멸망시키려던 이유도 차츰 이해해나간다, 그리고 멸망의 과정도 예언서도 결국 자신의 어린 시절을 끝으로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끝에 가서 보여준 친구의 형태를 가진 한 인간의 비참한 모습을 관계로 담아낸다.
이렇게 친구라는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생각해본다. 인간이 아무리 사회적인 동물이라지만 관계의 상처와 맺어진 잘못들이 삐뚤어진 어른이 되어 세상을 멸망시킬 만큼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가? 하지만 여기서 세상을 멸망시키도록 한 것은 '친구'만이 아니다. 친구와 비슷한 상처 받은 인간 혹은 삐둘어진 관계를 맺어온 어른들의 합작이었다. 그들이 '친구'를 위해 친구라는 존재를 믿고 맺어온 것에는 자신들이 걸어온 초라한 관계와 부정확한 현실밖에 없었다. 그런 이들이 자신들에게 위안처럼 들여오는 '친구'의 소리가 친구의 목소리가 자신을 향수를 느끼게 하고 더불어 믿음을 탄생시켰다. 그렇게 '친구'와 친구가 된 이들은 세상을 멸망시키기에 이른다.
다만 그렇게까지 세상을 멸망시켜서 그들이 얻을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멸망한 세상은 자신들까지도 죽을 위기에 처한다. 친구라는 존재가 강력한 존재로 변하여서 그를 따르는 자들은 살아남고, 권력에 중심이 되기는 했다. 그것만을 노리고 친구에게 접근하고 기회를 얻은 자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친구'라는 존재를 진심으로 믿어온 사람들에게 세상의 멸망은 중요해 보인다. 그들도 '친구'와 함께 세상의 모든 것을 쥐고 흔들면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이 살아온 결과들이 자기 잘못이 아닌 세상 탓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과거의 열등감으로 관심을 받지 못해 온 과거에 사로잡힌 이도 있다. 친구가 되지 못하고 억울한 누명에 잊힌 존재도 있다. 어린 시절 겁쟁이처럼 비겁하게 숨거나 친구를 배신한 관계도 존재한다. 이렇게 과거에 대한 연장선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하지만 연장된 과거가 현재에까지 폭발해버리면서 내가 이러한 과거를 가졌고, 현재에도 지속되는 것에는 세상이 나를 인정하지 않거나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되풀이한다. 모든 원인은 과거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내 과거는 이미 흘러갔다. 하지만 현재도 관계를 맺지도 못했다. 현재에도 존재감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이미 흘러가버린 과거로 인해 내가 흘러간 시간만큼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렇기에 과거의 시간을 되돌려 없애버려서 복수한다면 나는 원인이 되지 않는다. 세상 잘못한 것을 바로잡은 것이라는 상상이 가미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친구는 이미 흘러간 21세기가 아니라 20세기 그리고 소년을 외친다. 다만 그렇게 외친 20세기도 결국은 과거에 흘러가버린 일부였을 뿐이다. 아무리 과거를 되돌리고 세상을 멸망시켜도 자신은 20세기에 속해져 있는 존재로 남을 뿐이다. 인간은 그런 과거의 관계 상처 받은 사안 그리고 삶의 여정을 몸과 기억에 파이면서 살아간다. 그것이 독이되기도 하고, 상처로 남아서 나를 괴롭힐 때가 있다. 물론 그것이 힘들지만 우리는 이겨내고 다음 세기를 준비해야 한다. 20세기가 지나가고 오사카에서 크게 치러졌던 만박이 모두 끝난 것처럼 우리의 여정의 또 하나의 맺음을 가져야 한다.
설령 세상을 멸망시킨다고 해도 자신에게 깊게 파인 20세기의 상처와 삶은 사라지지 않는다. 신 예언서에 맞춰서 자신의 삶을 20세기에 맞춘 상태로 20세기를 지우려고 해도 21세기의 내 몸에 박힌 20세기의 소년은 사라지지 않는다. 결국 세상의 멸망의 시작에는 친구관계와 그로 인한 상처 받은 과거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비참한 현실이 복합적으로 얽힌 20세기가 존재했다. 하지만 20세기를 부정하려는 시도로 시작한 멸망 계획은 성장하지 못한 소년의 비애였다. 하지만 소년의 20세기 해체는 안타깝게도 실패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고, 세대원들은 생존하고자 노력했다. 삶의 연장선에서 소년은 21세기의 어른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나이만 먹고, 삶을 연장해가는 것이 어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장한다는 것은 어른이 되는 것과 확실히 다를 것이다. 앞전에 우리는 어른이 되었지만 성장하지 못한 소년의 말로를 목격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성장의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하기에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린이였던 과거를 완벽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진짜 어른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된다. 그래야만 20세기 소년은 21세기의 어른으로 성장한 만화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의 어느 날 소년들은 아지트에서 상상한 허무맹랑한 세계 멸망과 예언 집을 만들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과거의 예언들이 모두 실현되었다. 그리고 세상이 멸망했다. 이런 엄청난 과정을 지나온 20세기 소년은 21세기가 되어 끝을 맺었다.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의 집착과 악의가 만들어낸 멸망이 있었다. 그래도 성장하고 삶을 이어온 이들에게는 멸망을 넘어선 희망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이루어진 세계 멸망이 있을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년 소녀들의 간절함으로 만들어진 현상이었기에 아무쪼록 20세기의 그들이 세계를 멸망시킬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