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대체로 단순하다

패트와 매트 : 뚝딱뚝딱 대소동 by. 마렉 베네슈

by 소야
패트와 매트.jpg 패트와 매트 : 뚝딱뚝딱 대소동 (2016)


내가 어린 시절에 패트와 매트라는 애니메이션을 자주 본적이 있다. 인형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체코의 애니메이션으로 두 주인공이 사고를 일으키고, 해결하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짧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지만 그것을 보는 것은 항상 좋았다. 그들은 항상 사고를 일으켜도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수습한다. 다만 모든 것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자신들이 만족할 수준이면 그만이다.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도 그럭저럭 만족한다.


어른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들은 사고뭉치다. 항상 일으키는 문제에 골치가 썩을 지경이다. 하지만 나는 어른이 되어도 에피소드를 보며 추억을 회상하고 아직도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지 나는 답을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다만 내가 애니메이션을 보던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몇 번이고 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어린 시절에는 패트와 매트가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과 반전을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은 추억을 너머서 패트와 매트가 가지고 있는 삶의 방식을 동경한다.


패트와 매트는 평범한 집안일조차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다리미질, 쿠키만들기, 통닭을 오븐에 넣을 때조차 실수로 인해 문제가 생긴다. 그만큼 실패가 잦아서 저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패트와 매트는 실패해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현실은 애니메이션과 다르다. 실패에 대한 대가가 따르고, 해결되지 못한 것에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과 피곤함에 결국 도전을 포기해버린다.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어른이 될수록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진다. 그래서 실패를 겁먹고 새로운 것을 거부한다.


그래서 어른이 되었던 내가 패트와 매트를 보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어릴때는 어른들이 항상 실패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은은 문제를 수습할 줄 알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문제가 들이닥치면 해결하는 것을 겁냈다. 문제가 더욱 커질때까지 방치해두다가 결국 주변에 도움을 받아 문제를 수습했다. 다만 수습만 한거지 해결한 것은 아니다. 일단 터질지 모르지만 일단 넘기면 된다. 그게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그리고 다른 어른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나는 실패를 조심히 넘어가려는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점차 보수적으로 내 업무에만 집중하고 새로운 것은 배척했다. 하지만 그 점이 나를 성장시키지 못하는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두려워서 그 점을 잊고 살려는 나의 태도가 부끄러웠다. 그래서 더욱 패트와 매트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들은 상황이 안 좋아져도 상관하지 않는다. 자신들에게 필요한 다른 것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해결된 문제와 만들어진 상황에 만족한다.


에피소드마다 다 문제가 생기고 해결하는 방식이 대체로 그러했다. 벽돌을 나르다가 모두 부서지면 성을 쌓아 올리면 된다. 차가 망가져서 캠핑을 못 가면 캠핑장처럼 집을 꾸미고 놀면 끝이다. 어떠한 일이 실패했다고 모든 것에 자책할 필요는 없다. 실패하면 수습하고 다음으로 넘기면 된다. 실패의 크기가 어떠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단순하게 실패를 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 다만 매번 실수로 인해 실패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수해서 생긴 문제를 여유 있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깨달았다.


조금은 괜찮다고 말하는 습관을 기르려고 한다. 과자를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해서 바닥의 타일이 되어버린 것처럼 실패도 나름의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복잡한 세상도 단순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무식한 게 힘이라는 말은 아니다. 단지 세상에 대한 수많은 것들을 모두 짊어질 수 없다. 조금씩 나에게 맞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완벽한 것은 없기에 자신의 입장에서 실수를 저질러도 방법을 찾아 맞춰나가면 그만이다.


어린 시절 어른은 실패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어른도 실패를 모두 수습하는 것은 아니었다. 실패한 것은 넘기고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어른이 된 내가 실패를 하면서 처음에는 받아넘기지 못하고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실패라는 것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나는 실패를 넘기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무책임할 수 있지만 실패를 가슴에 품는 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내가 가진 감정을 넘겨버리고 실패한 방식을 새롭게 생각해본다. 그러면 해결되지는 않아도 내 삶에 새로운 지점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패트와 매트의 소란스러운 일상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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