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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Sep 01. 2022

매미성과 쓰레기, 즐거운 여행의 비밀

교사의 경험은 교육으로 돌아간다...구요, 진짜로...!(3)


이전 글에서 계속

https://brunch.co.kr/@subeenist/123



매미성과 쓰레기 이야기



다음은 매미성이야. 왜 매미성이게? ...매미가 많이 살아서냐고? 아니, 그 매미 아니야. 예전에 태풍 매미로 이곳이 큰 수해를 입었었는데, 어떤 한 분이 그 이후로 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성을 만드셨대. 성함이 어떻게 되더라... 그건 기억이 안 난다. 검색해봐, 진짜야. 성 만드신 분 사진도 나올 거야.



여기는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쪽이야. 바로 앞에 이렇게 예쁜 바다도 있어. 이 성이 전체적으로 보면 꽤 크다?



와, 봐봐, 대단하지? 진짜 잘 만드셨어. 다른 나라 같지 않아? 꾸준히 하나하나 쌓은 돌이 이렇게 멋진 성이 된 거야. 어느새 이제 유명한 관광지가 되어서 사람들도 많이 찾아오고, 주변에 카페들도 잘 되더라. 자, 이제 호응할 준비.




짠! 그렇지! 아주 좋아. 아니, 이제 그만해, 그만. 민망하니까 빨리 넘겨야지. 여기가 유명한 포토존이더라. 그런데, 이렇게 예쁘게 사진 찍고 나서 열받는 일도 있었잖아. 왜인 줄 알아?



이 마지막 사진. 선생님이 이 사진을 왜 찍었는지 맞춰 봐. 커피가 맛있어서? 아니야. 오오, 맞아. 쓰레기. 쓰레기야. 아주 예리해. 여기가 사진이 정말 예쁘게 잘 나오는 곳인데, 몇몇 사람들이 이렇게 쓰레기를 버리고 갔더라. 이거 그냥 이렇게 버리고 가면 누가 치워?


선생님이 사진은 못 찍었는데, 저기 포토존 근처에는 더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었어. 이런 건 좀 아닌 것 같지? 선생님도 화가 나더라. 결국 못 참고 보이는 쓰레기 몇 개 집어서 선생님이 대신 버렸잖아.


어떤 사람이 하루하루 정성스럽게 돌을 쌓아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만든 거야. 게다가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해주셔서 사람들이 앞에 예쁜 바다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너무 좋은 공간인데, 게다가 바로 바닷가 근처인데... 이렇게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고 가다니. 정말 너무하지 않니?



즐거운 여행이 되려면



이번 여름방학에는 선생님이 여기 말고도 이곳저곳 여행을 좀 다녔어. 그런데 솔직히, 선생님은 예전엔 여행을 별로 안 좋아했었어. 너희들 중에, 나는 여행이 좋다, 손 들어봐. 오, 많네. 그러면 나는 여행보다 집에 콕 박혀 있는 게 좋다, 손 들어봐. 여기도 많네.


선생님이 옛날에 왜 여행을 안 좋아했었냐면, 같은 시간과 같은 돈을 들여서 가는 거라면 정말 최고로 재밌고 즐겁게 여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정말 누구보다도 완벽한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준비 과정에서부터 오히려 스트레스더라. 선택하는 것도 어렵고. 그리고 막상 여행을 떠나서도 기대치가 있으니까 만약 준비할 때의 생각보다 별로인 것 같거나 일정이 조금 꼬이거나 하면 또 스트레스를 받는 거야. 옛날엔 그랬어.


이번 여름에 남쪽 여행을 갈 때는, 선생님이 몸이 좀 안 좋았어. 그런데 예약해놓은 숙소도 있어서 억지로 몸을 끌고 갔지. 근데 뭐 몸이 안 좋으니, 계획했던 것을 다 못하기도 하고, 한 곳에 여유롭게 좀 머물기도 하고,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좀 대충대충 여행을 했거든. 그랬더니 얘들아, 여행이 더 즐겁고 재밌더라.



그리고 선생님이 방학 중에 이 책을 읽었는데, 이런 말이 나오는 거야. 딱이다 싶어서 가져왔지. 참고로 저 책 쌤이 오늘 도서관에 반납할 건데, 딱 한 권 있어.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오늘 왠지 행복하지 않다면 인생이 뭔가 잘못돼 가고 있는 것 같은 불안이 찾아옵니다.


그런 거야. 꼭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아도, 최고로 재밌게 잘 살고 싶다는 욕심을 조금 버려도, 가끔은 내 생각에서 벗어나는 일이 벌어져도, 오히려 괜찮은 거야. 뭐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막 살아야 한다는 건 아니고.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행복을 망칠수도 있다는 거지.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고 싶어서 사진을 가져왔어. 어때, 선생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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