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촌 고양이 다큐 제작 스토리
처음 카메라를 들고 찾은 철거촌은 골목골목 추억이 묻어 있던 "우리 동네" 입니다.
라면 한봉을 사기 위해 슬리퍼를 신고 찾아가던 구멍가게와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뛰어오르던 경사진 골목길까지..
추억이 묻어나는 동네는 제가 독립해 떠난 후에도 가족들이 남아 살던 곳입니다.
그런 동네이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텅 빈 집들과 쓰레기만이 가득합니다.
잠시 추억과 함께 골목을 걷다 보면 낯익은 고양이 냄새가 납니다.
담벼락 위에서 지붕 위에서 그리고 텅 비어있는 줄만 알았던 집의 창문에서 저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모두 떠났지만 철거촌에 남아 있는 "동네고양이"들..
숨어서 지켜보는 눈빛에는 두 가지 감정이 느껴집니다.
경계심과 기대감.. 낯선 사람을 경계하면서도 혹시나 먹을 거라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느껴지는 모습으로
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곳에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행히 활동하는 캣맘이 있어 밥과 물을 챙겨주고 있다는 걸 알지만 다음엔 좀 더 친해지자는 의미로 닭가슴살 간식을 하나 꺼내 던져 줍니다.
왠지 모르게 지쳐 보이는 아이들을 하나둘씩 만납니다.
새소리와 가끔 지나가는 차 소리가 적막한 골목을 겨우 달래주는 골목은 미로처럼 복잡하지만
골목을 돌 때마다 아이들과 시선이 마주칩니다.
사람이 다니고 가꾸었을 마당은 잡초가 꼬마 아이 키만큼 자라있고 그 사이를 수많은 모기들이 날아다닙니다.
그런 마당을 가로질러 허름한 슬레이트 지붕 위에는 더위에 지친듯한 노란 꼬마가 저를 바라봅니다.
이 꼬마 고양이는 항상 이 지붕 위에서 그늘을 따라 누워있었으며 구조되기 전까지 여러 사진작가분들이 사진을 담게 됩니다.
캣맘이 챙겨준 간식을 앞에 두고도 입이 아파 괴로워하는 아이..
요즘 동네 고양이들에게 너무 흔하게 보이는 구내염이지만 치료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힘든 케어를 감당해야만 합니다.
완치 방법도 이빨을 모두 뽑는 것뿐이라 전발치 후에는 살던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도 힘듭니다.
사람 한두명이 겨우 지나갈만한 골목길..
이 골목을 처음 찾았을 땐 이 골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지 몰랐습니다.
사진과 영상으로는 담지 못했지만 저를 발견한 어떤 고양이가 불편한 다리를 끌며 미친 듯 도망갔습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누군가 이 고양이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라 찾아보니..
처음 이곳 철거촌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만든 그 고양이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가 저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 줄 거란 걸 이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고민되었습니다.
철거촌의 고양이들은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고는 해도..
이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는다면 뻔한 결과로 불쌍하고 가슴 아픈 고양이의 이야기가 될 것이었습니다.
전작 다큐에서 숲냥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담아 보여주고 싶단 생각과 달리 슬픈 결말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았고 다음 작품은 훈훈하고 아름다운 고양이 이야기를 담기 위해 기획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방송국이나 대형 제작사가 아닌 일개 개인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지 알기에 고민되었습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만난 철거촌에 남겨진 고양이들은 작고 사랑스러웠으며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그날 철거촌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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