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모두 지워버리고 싶은 순간을 여러 번 지나쳤다.
언어 안에 갇혀버린 시간들은 종종 타인의 마음이 되어 아득하게 느껴졌고,
고스란히 기록된 과잉된 감정은 나를 자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럴 때면 이미 엎어진 것들과 처음의 마음을 생각했다.
누구라도 위로하기 위함은 이날까지 이따금 응답받고 있으니 그런 면에서 여전히 역할을 이어가는 셈이다.
[엄마를 지키는 마음]의 기록. 다시 보기 두려운 그날의 기록들은 언제고 나를 다시 울게 만들지만, 그래도 그때의 내가 했던 가장 잘한 일이었다.
그리고 또다시 흐른 시간.
늘 두려워 마지않던 자기 연민이든 감정 자해든 그게 무엇이든 일단은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니 꼭꼭 씹어 잘 소화해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기억을 딛고 뭐든 좀 더 나아지고 싶었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어떤 날은 일분일초가 무기가 되어 날카롭게 공격받는 기분이었고 또 어떤 날은 어찌 흘러간지도 모르게 하루가 갔다. 뭐라도 애써보고 싶은 날도, 모두 다 포기하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평온한 오늘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날들도 찾게 되었다. 정연하게 질서를 이룬 것은 아니래도, 수면 위 평화를 지킬 나름의 방법을 찾아낸 것이리라. 어쩌면 가장 고단한 어떤 시기야말로 평범한 보통의 시간을 살아내는 방법을 깨우치기에 적당한 때일지도 모르겠다.
쓰는 법이라고는 배운 적 없는 시시한 글이지만 여전히 쓰는 것을 방도로 삼는다.
촘촘히 지난 마음의 여정을 나의 언어가 친절하게 기록해주기를, 그렇게 그날들의 기억에 유효기간을 좀 더 부여해주기를. 그리고 하루하루 나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할 언젠가의 나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한번 더 결심하도록 했다.
아프게 행복했던 기록에게도 결국 이렇게 다음 페이지를 이어주게 되었다.
지난 기록이 엄마를 지키는 마음이었다면 이제는 나를 지키는 마음을 배워가던 시간을 느슨하게 기록해보기로 한다. 머물고 떠나며 헤매는 동안 만난 장면과 사람, 생각과 마음을 얼기설기 엮었다. 시간과 공간을 마구 넘나들지만 사실 언제 어디에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로 이 산만한 편집에 핑계를 대어 본다. 어떤 마음들을 만나고 지나쳤는지, 그래서 오늘의 내가 무엇을 품거나 그리는지를 되돌아 기억해 본다.
내가 나를 정성껏 살피고 공들여 이해하는 동안 알게 된 것들과
여전히 모르는 것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