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의 파워power파워

고집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디자인에 대한 생각

by Subjct

나는 GD다. I got the power, the power, power!


사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GD는 G-Dragon이 아니고 Graphic Designer다. 그래픽 디자인을 간혹 줄여서 GD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지금까지 10년 넘게 꾸준히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부터 큰 광고 회사까지 여러 회사들을 거쳐서, 지금은 반 (Half)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디자이너’라는 명칭은 다양한 분야에서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고, 그렇다고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명칭은 이제는 너무 제한적인 느낌이 든다. 누군가가 나에게 직업을 물어볼 때면, 어떻게 대답하는 게 좋을지 몇 초 사이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게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는 중이다.


Untitled (General Electric II) by Jean-Michel Basquiat and Andy Warhol


흔히 내가 그냥 ‘디자이너’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간혹 길을 잃는다. 그리고 자기가 알고 있는 다양한 종류의 디자인들을 생각하는데, 그 범위는 생각보다 광범위해서 가끔 나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패션 디자인을 떠올릴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가구 디자인을 생각할 수도 있다. 심지어, 미용실의 헤어 디자이너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은 석유산업이 커서, 여기서 '디자이너'라고 얘기했을 때는 간혹 oil rig engineering designer (석유 굴착 설계 엔지니어)나 piping designer (배관설계자)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만나봤다. 북미권에서는 어떤 설계도를 그리거나 시스템 혹은 구조물을 계획하고 만들어내는 일이면 ‘디자이너’라는 호칭이 쉽게 붙는 거 같다.


그래서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말하면, 따라오는 대답은 “그림 잘 그리시겠어요”다. 일러스트레이터와 혼동하는 것 같다. 참고로 나는 그림을 못 그린다.


still-life_sm_600px.jpg Quick drawing by Subjct


'그래픽 디자이너'는 다양한 역할을 한다. 시각적 콘텐츠를 창조하고 구성하며,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할지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예로, 사람에게는 외모, 목소리, 스타일, 분위기등 다양한 면으로 자신을 표현할 방법이 있지만, 기업이나 브랜드에는 그런 면이 없기에 그걸 시각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무언가를 '꾸미는'것이 아니라, 브랜드를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이지만, 그 이상으로 어떻게 느끼게 할지, 어떻게 기억하게 할지, 어떻게 행동을 유도할지 등을 결정하는 힘이 있다.


'디자인'은 혼자서도 할 수는 있지만, 여러 전문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더욱더 그렇다. 물론 영화감독이, 연출, 각본, 연기, 촬영까지 다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일반적인 것은 아니듯이,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로 여러 요소를 적절히 결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하지만 가끔 사람들은 디자이너에게 카피라이팅, 이미지 창작 (그림/사진), 마케팅, 웹 개발까지 맡기길 원하거나, 아니면 자기가 디자인을 할 테니, 예쁘게만 다듬어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어이없는 요청들을 어영부영 들어주는 사람들이 꽤나 있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많은 디자이너들은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조금씩만 할 줄 아는 이도저도 아닌 인력이 되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단순히 제작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계처럼 되어버린 것 같다.


이런 형상은 vise versa; 반대로도 적용된다. 디자이너들이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할 때, 다른 분야의 디자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디자인을 '보너스 서비스' 같은 형식으로 제공해 주는 경우가 많다.


시대가 변하고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디자인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지만, 그 일을 하는 디자이너들의 힘은 다소 약해진 느낌이다. 다른 순수 예술과 달리, 디자이너에게는 고객이 있고, 결국 선택권도 고객에게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자이너에게 힘(power)이 없는 건 아니다. 디자인이 힘이 있으면, 그걸 만드는 사람은 당연히 그 '힘'과 '책임감'이 같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크게 따라 불러본다 "I got the power, the power, power"


power_01_3f.jpg Artwork by Subjct



쿠키글:

당연히 모든 디자이너가 똑같지 않다, 그리고 능력이 없는 '무늬만 디자이너'가 큰 힘을 얻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그건 더욱더 무섭다. 일반인들이 좋은 디자이너와 그렇지 않은 디자이너를 분간할 수 있는 방법들은 뭐가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다음에는 이 주제에 대해서 글을 써봐야겠다.


개인적으로 지드래곤은 그래픽디자인 능력도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GD 로고에서 시작된 Peaceminusone, 그리고 데이지 비주얼의 서사도 너무 좋고, 싱글로 나왔던 Power의 로고 (가운데 W를 원(₩)으로 표기하고 P와 R이 마주 보고 있는 것)도 너무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 레퍼런스 한 G-Dragon의 Power는 여기서 듣고 볼 수 있다:

https://youtu.be/NMjhjrBIrG8?si=ihBUuhF8qjoxTCAw




Cover image is a screenshot from G-Dragon's 'Power' music video

Untitled (General Electric II): © Sotheby's / Basquiat and Warhol ©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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