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여행이라 말했다.
Prologue
글을 읽고 쓰고 되뇌며 산다는 것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는 것을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단지 좋아하는 것을 쓰며 살고 싶었던 것뿐인데, 결국 내가 하는 일이라는 것은 생각과는 달랐고 그 마저도 녹록하지 않았다. 고민을 털어놓아도 '일하는 곳은 어디나 다 똑같잖아' 하는 소리만 들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발 끝에 차인 것들을 주워 담을 수도 없는 시간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표정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생각한 삶이 아니었다. 정신 없이 달려갔던 나날을 뒤집어 보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다가온 시간을 견뎌내는 것도 꽤나 무리였다.
"조금 쉬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가 말했다. 너무 무리할 필요 없어.
별 거 아니었는데, 틀에 박힌 말이었을 수도 있는데, 나는 그 자리에서 한참이나 울었다. 그는 그런 나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내 마음 속 모서리를 마모시키듯 계속해서 내 등을 쓰다듬었다. 지난 시간은 이렇게 작은 손길 하나에도 바스라질 수 있을 만큼 내게 유연한 것이었다.
물론 얼마 안가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그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체기가 내려가지 않는 일상을 자꾸만 두드려봤자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지금으로부터 가장 빠른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러 가는 것이다.
* 범람하는 기억을 기록합니다.
@cu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