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아이가 줄어드는 이유 by 에디터 E.ge
한국은 일단 결혼하면 출산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결혼한 부부 대부분 아이를 낳는다. 양가 부모님의 압박, 두 사람이 느끼는 사회적 합의 등 아이 낳는 이유도 다양하다. 혼전임신도 적지 않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아이가 쏟아져 나와야 할 느낌인데, 실제 출산율은 계속 떨어진다. 2020년 결혼한 부부 중 91.6%가 아이를 낳았다. 10년 동안, 결혼 후 아이를 낳은 부부는 4.5%(96%) 정도밖에 줄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출산율은 OECD 가입국 중 가장 낮고, 전 세계에서 수치가 1명도 되지 않는 유일한 국가다. 0.84명이 우리 수치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다양하다. 일이 바빠 낳지 않기도 하고, 부부가 합의해서 낳지 않기도 한다. 혹은 비참한 현실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출산을 거부한다. 우리나라의 성평등 지수를 보면 뭔가 보일지 모른다. 여성가족부에서 양성평등 실태조사를 5년마다 발표한다. 그리고 다행히 2022년 4월 조사 보고서가 나왔다.
조사를 보면 ‘남성이 생계를 부양하고 여성은 자녀를 양육한다’는 전통적 개념은 약해졌다. 가령, ‘남성이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항목은 2016년 42%에서 2021년 30%로, 12% 줄었다. ‘맞벌이를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응답은 2016년 54%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2021년 17%로 떨어졌다.
현실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돌봄 부담을 더 크게 가지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68.9%가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가사와 돌봄을 한다’고 했다. 맞벌이인 경우에도 여성의 65.5%, 남성의 59.9%는 아내가 도맡고 있다고 답했다. 가사를 더 많이 하는 쪽도 여성이었다. ‘가사 시간’은 여성이 남성에 비해 1.6시간, ‘돌봄 시간’은 0.8시간 길게 나타났다. ‘돌봄 시간’은 현재 아이를 가장 많이 낳는 30대에서 여성 3.5시간, 남성 1시간으로 성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에서도, 여성의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이유를 볼 수 있다. 먼저, '여성의 경력 단절'이 69.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 연령대 여성 절반 이상이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성 불평등 문제로 선택했다. 특히 30대 여성의 85.1%가 이를 심각한 문제 1순위로 꼽았다. 다음으로 ‘고용 상 성차별(61.1%)’, ‘남성의 낮은 돌봄 참여(56.2%)’ 순이었다. 남성의 생각이 변했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갈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이는 이유다.
생각의 변화는 있지만 실제 남성의 삶은 그대로였다. 당연하다. 생각이 먼저 변하고, 후에 우리 삶이 생각에 맞추어 점차 달라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현재 맞벌이 여성은 더 힘들어졌다. 업무 시간은 남녀가 같은데, 돌봄은 여성이 더 많이 오래 한다. 여전히 사회 구조는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동한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남자들이 말해 봐야 별 소용이 없다.
실제 이런 생각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 교육이 대놓고 여성 불평등을 주입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1970년대부터 학교에 다닌 사람은, 남녀가 평등하다는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여성의 지위가 예전보다는 많이 올라왔다는 신호를 접했다. 2022년에 들어서는 여성의 의식을 남성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사회는 점점 평등해지는 것도 같은데, 여성이 느끼는 불평등은 왜 커질까. 해결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로 여성의 경력 단절, 고용에서의 성차별을 우선적으로 꼽는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볼 지점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도드라질수록 출산을 담당하는 여성은 더욱 아이 낳기를 거부한다.
실제 유럽에서는 출산과 관련된 복지제도를 도입해서 출산을 저하를 막는 데 성공했다. 그중 많은 사람이 주목하지 않는 지점이 있다. 바로, 남녀 임금 격차를 줄였다는 것이다. 남녀 임금 격차는 그 사회의 전반적인 성평등 정도를 반영하는 결과물의 하나로, 성평등이 진전될수록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북유럽처럼 성평등지수가 높은 국가들이 출산율도 평균 이상이라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참고로 북유럽 국가들은 출산율 1.7 이상으로 우리나라의 2배를 기록했다.
우리가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단순히 생각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식 변화를 끌어내는 것이다. 의식은 사회가 전반적으로 옳다고 여기는 지점이다. 가령,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말이다.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 사람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사상은 여전히 유교다. ‘유교걸(?)’이, 유교가 지배하는 세상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혼외출산율과 비출산 문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혼하고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강한지 혼외출산율과 비출산 모두 세계 최저다.
먼저, 한국의 혼외출산율은 1.9%다. 전체 출생 인구 중 2%도 안 된다. 이중 절반은 19세 이하가 낳는다. 실제 우리나라의 20~49세 정도에 혼외출산율은 1%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혼외출산율 비율이 40% 가까이 된다. 비율이 높은 나라인 스웨덴은 50%가 넘고, 세계 1위를 찍은 프랑스는 60%가 넘는다. OECD 가입 국가 중 출산율이 우리나라 다음으로 낮은 스페인의 경우도 47%로 높은 축에 속한다.
혼외출산율이 우리나라의 27.5배 수준인 프랑스의 출산율은 1.84명이나 됐다. 다양한 결혼 제도와 법적으로 보호해 주는 테두리가 아이를 낳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프랑스 외에도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등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한다.
유럽이 성에 열려 있으니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를 기본 사상으로 하는 유럽은 아이 갖는 일에 가족이 중요하다는 의식이 높았다. 프랑스의 경우, 1960-70년 대까지만 해도 혼외 자녀를 ‘잡종’이라고 부를 만큼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떨어지는 출산율에 가족의 틀을 확장했다. 덕분에 지금은 동거 가구, 시민 간의 연합 등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혼외 자녀를 당연하게 생각할 정도로 테두리가 넓어졌다.
다시 우리나라 현실로 돌아오면, ‘속도위반’ 결혼이 여전히 있다. 그나마 결혼하면 손가락질을 덜 받는 수준이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뒤에서 수군거린다. 육아의 힘듦은 기본이고 추가로 감내해야 하는 부분도 많다. 이런 의식은 바꾸기가 참 어렵다.
대한민국 사회는 여전히 ‘결혼 = 아이’라는 생각이 지배한다. 이 개념이 깨져야 변화가 찾아올 기회가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는 개념은 잘못됐다. 사실, 아이에게는 동네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동네는 다양성이 만든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파트 단지만 있을 따름이다. 이 내용은 다음에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