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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나 Jan 30. 2022

우리가 알아야 할 K

<당신이 몰랐던 K>

[루나의 신간 픽] 박노자 교수의 새 책<당신이 몰랐던 K>가 나왔다. 그간 내놓은 다수의 책을 통해 그의 논리를 익히 알고 있는바, 몇몇 이들은 이번 책도 별다를 것 없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반가운 입장이다.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고민을 끝도 없이 해대며 까무룩 잊힐만하면, 때마다 이글어진 대한민국의 문제들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대중서를 내놓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나.   

  


사실 박노자 교수는 소련의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자라 본명은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다. 유대계 러시아인으로 태어났지만 2001년 귀화해 한국인 되었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니 그는 일생을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 그가 풀어내는 논쟁적인 화두들은 여러 문화권에서 ‘살아내면서’ 체득한 삶의 이야기가 바탕이 되어 묘하게 공감을 부른다.     


가령 우리 사회에서 휴거, 빌거, 이백충, 등 인간이 ‘벌레’가 되어버린 혐오 현상에 대해 한국 사회는 혐오와 멸시를 자신도 모르게 배우고 익히며 내면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편입 이후 빈부 격차는 애당초부터 존재했지만, 그가 처음 한국을 찾은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누구도 그 격차가 영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열심히만 하면’ 적어도 중산층으로 편입은 충분히 가능해 보였고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았다.     


하지만 1997년 이후 신자유주의 도입은 통계상 성장을 한동안 지속시켰을 뿐 비정규직이 된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의 변화는 미미해 신분 상승 기회를 거의 주지 않는 ‘질 나쁜 성장’을 이뤘다. 이제 가난은 극복의 대상이 아닌 태생적 조건으로 인지되어 2000년대 초반에는 모 카드 회사의 “부자 되세요!”같은 당연한 인사말을 만들었다. 돈을 향한 욕망은 돈 없는 사람을 향한 노골적 멸시도 불렀다.     


최근 개봉한 영화<기생충>에서도 신분을 ‘몸 냄새’로 식별하는 것처럼 ‘빈곤의 냄새’는 새로운 ‘열등 인종’인 빈민의 징표가 되었다는 해석이다.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빈부 차별이 과거 반상 차별을 넘어 이미 거의 인종주의적 차별만큼 철저해졌다고 개탄한다. 이런 멸시와 차별은 반여성, 반중국, 반난민의 혐오 정치로 확장된다. 저자는 이런 급진화로 인한 예방은 연대를 통한 위기 대응뿐이라고 말한다.     


경계인으로 살아온 그가 제시하는 문제의식은 우리에게 중요하다. 생각해 보면 나날이 차별이 보편화되어버리고 사회 집단 간의 갈등은 점점 커지고 있어 혐오가 일상화되고 있지 않나. 또 능력주의라는 신화 아래 한 개인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인간의 존엄은 소실되어 사라지고 있다.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이 이를 반증하지 않던가. 능력이 부족한 자신을 탓하고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있는 우리 사회가 무섭다.     


책은 K팝 K방역 등으로 자조하며 차별, 신계급주의, 노동문제들까지 에둘러 격상시키려는 오늘날 안일한 우리 태도에 일침을 가한다. 한 사람에게 가하는 고통에 무감각한 사회에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며 당면한 사회문제를 의식적으로 재고하게 하는 자극제로 기능한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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