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두 책 낸 자* 될 수 있어

모두의 버킷리스트, 책 내기에 도전하며

by 수달씨


지난 글들 중 일부를 추리고 손봐 책으로 만들고 있다. ‘책을 내야겠어!’라고 갑작스럽게 결정한 뒤 한 달 만에 책의 형태가 어느 정도 빚어졌다. 이제 인쇄소 기계를 거치면 정말로 나의 책이 나온다. 믿기지 않아.


예전에는 세상에 이렇게 많은 책이 있는데 나까지 보태도 될까, 보탤 필요가 있나 생각했다.

막상 책을 만들어보니 이렇게 많은 책 중에 내 책 한 권 보태는데 이렇게나 힘든 과정이 있을지 상상도 못 했다. 집 서가에 꽂혀있는 800여 권의 책 사이에 드디어 내 책 하나가 꽂힌다. 숨도 못 쉬게 힘들었을만한 과정을 신경과 약과 함께 기꺼이 버텼다. 약과 함께 뛰는 2인3각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말로 멱살 잡고 끌고 왔달까.


사실 아직 본 책 인쇄도 들어가지 않은 상황. 가제본 샘플을 디지털인쇄소에 맡겨놓고 그 사이 인스타용 홍보 이미지와 굿즈들을 만들었다. 내가 작업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아마 등에서 불꽃이나 거대한 날개가 돋아나있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이 힘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책을 만드는 동안 나는 매일같이 너무 신이 났다. 가끔 습관적인 불안과 부정의 허들이 다가왔지만, 걸려 넘어지지 않고 슬쩍 옆으로 피하는 요령도 생겼다.


책을 만든다는 것은 나를 위해서 엄청난 것을 베푸는 경험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것. 스스로 차린 생일상처럼, 세상에서 제일 비싼 드레스를 지어 입는 것처럼 들뜨고 설레는 시간이었다.


이제 책이 나오는 일만 남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마치고 이제 내 글은 내 손을 떠났다. 나머지는 인쇄소의 몫. 그리고 책을 내 손에 정말로 받아 들고 나면, 그 뒤의 모든 것은 정말로 내 몫이 아니다. 평가와 시선, 따라올 결과들에도 초연할 준비가 되었다.


누구나 꿈꾸는 버킷리스트, 책 내기. 나는 이제 정말로 ‘책 낸 자’*이다. 그러니 어떤 반응이든 덤벼봐라. 나는 두렵지 않아.


*서귤 작가의 만화집 <책 낸 자>의 제목에서 따왔다.


2023.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