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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달씨 Feb 14. 2023

우리는 모두 꿈에 빚져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오늘의 밥값 44 / 꿈만은 마음대로 꿔도 되잖아


자연은 우리가 갈 길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다. 바른 길이 있는데, 우리가 산만하고 어리석어서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다. 실제 세계에서는 가본 적이 없더라도 상상의 세계에서 완벽하게 이상적인 길을 떠올리면 기꺼이 그 길로 가게 될 것이다.

- <달빛 속을 걷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내가 지나치게 이상을 추구한다고 생각했었다. 나뿐만 아니라 상담해 주시는 선생님들께도 매번 그 말을 들었다. 나는 그런 나를 저주했다. 지나친 완벽주의와, 이상적이고 가치 있는 것들을 쫓는 습관이 나의 마음을 병들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상들이 없었다면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낼 마음을 먹을 수 있었을까. 물론 완벽주의를 내려놓았기에 가능했던 일들이었지만 말이다. 너무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끝없이 독려하며 끌고 온 일. 하지만 이 과정은 결과적으로 내가 꿈꾸고 그리던 길과 맞닿게 되었다. 아무것도 꿈꾸지 않았다면, 무언가를 쫓지 않았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제야 나는 내가 그렇게 벗어나고 싶었던 완벽주의와 이상주의마저 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나를 느린 사람으로 만들고, 나를 조금 아프게 했을 뿐이다. 그래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


책을 만들며, 교정을 보며 지난 시간들을 복기하는 일은 꽤 힘이 들었다. 어떤 순간은 슬픔이 생생하게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 같았다. 직면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는 순간순간 내가 내고 있는 용기들에 감탄한다. 어디서 이런 에너지가 나오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역시나 그 에너지는 내가 꾸었던 꿈들에서 빌려온 듯하다. 꿈만큼 크고 무한한 자원이 있을까. 느리더라도, 아프더라도 한 발짝 움직이게 해주는 힘.

우리는 모두 꿈에 빚져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마음껏 꿈꾸자. 신나게, 열과 성을 다해, 아끼지 말고. 내 맘대로 되는 일 하나 없는 세상에서 꿈만은 내 맘대로 아낌없이 꿔도 되는 거잖아.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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