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달씨 Mar 12. 2024

슬프기 싫어서


버스를 타고 영화관에 가는 길. 아이의 방학이 끝났다는 뜻이다. 운 좋게 할인쿠폰을 얻어서 반의 반 값에 영화를 볼 수 있다. 어제 감기 기운이 올라와서 내리 잠을 잤더니 몸은 조금 나아졌지만 연신 코를 훌쩍인다. 3월 감기는 피해 가기 어렵다.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라거나 ‘글을 쓰지 않은지 오래됐다.’라고 적는 일이 많아졌다. 이 정도면 ‘글을 쓰지 않음’이 기본값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쓰지 않아도 지낼만하다. 의무감에 쓰거나 하지도 않는다.


요즘의 관심사는 건강하게 먹는 일과 운동하기, 그리고 절약하기. 이 세 가지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건강하게 먹으면 돈을 적게 쓴다. 운동을 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져서 덜 우울하다. 덜 우울하면 소비도 덜 하게 된다. 이것들을 지키려다 보면 자연스레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선택의 폭이 좁다는 건 의외로 안정감을 준다.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기보다 가진 것들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점심은 비건 자연식을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따뜻한 두유에 커피를 타서 텀블러에 담고, 도시락통에 과일을 잘라 담아 갖고 나왔다. 극장 앞에 가보고 싶었던 일본음식점이 있지만 오늘은 패스.


흐리고 추운 3월이다. 날이 흐리면 참을 수 없이 슬프곤 했는데 요즘은 그럭저럭 괜찮다. 좋은 기분, 좋은 기운을 유지하려고 한다. 슬픔 속에 빠져 다시 가라앉고 싶지 않다.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기분 그래프는 들쭉날쭉 하지 않고 대체로 완만한 편. 계속 글을 쓰지 못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이 상태가 좋다.


영화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개봉 영화를 챙겨보는 즐거움이 코로나와 OTT로 제법 밀렸지만 이것만큼은 다시 찾을 생각이다. 영화 보기 만큼 좋아하는 여행이나 등산도 포기하지 않고 지켜내야지. 좋아하는 것들을 위해서 돈을 아끼고 건강을 챙기는 일은 소중하고 뿌듯하다. 따듯하다.


2024/03/06

매거진의 이전글 광화문에서 영화를 기다리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