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밥값 10 / 오늘의 나에게, 내일의 당신에게
아이에게 아무리 짜증 내지 않고 잘 품어주려고 해도 쉽지 않은 일상이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왜 자꾸 짜증을 내게 될까, 생각해봐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런데 오늘 어떤 일로 마음에 초조함과 분주함, 죄책감 같은 것들이 동시에 올라와 머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불을 코끝까지 덮고 누워 호흡을 정돈하면서 "괜찮아요. 괜찮아요" 하고 나를 쓰다듬었다. 천천히, 부드럽게. 긴 시간을 들여. 그러자 마치 눈 녹듯 천천히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한번 더 말해본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빨리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거였구나. 품어준다는 것이. 이렇게 따뜻한 거였구나. 이렇게 나 자신을 따뜻하게 품어준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도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뭔가 마음이 몽글몽글 이상해졌다.
괜찮아 라는 말의 힘. 초조할 때, 죄책감이 몰려올 때, 강박과 불안에 휩싸일 때, 나 자신이 못나고 초라하게 느껴질 때. 혼자라고 느껴질 때. 괜찮아, 괜찮아 라고 조용하고 따뜻하게 말해줄 수 있다면. 나에게도, 나의 아이에게도. 그리고 그 말이 필요한 누구에게라도 말할 수 있다면.
의사가 아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처방의 말이 아닐까. 오늘의 나에게, 내일의 당신에게.
덧.
'괜찮아'라는 말을 싫어했던 적이 있다. 잘못을 해놓고 자기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같았달까. 서점에 깔려있는 수많은 제목의 '괜찮아' 시리즈에서 오는 피로감도 한 몫.
하지만 이렇게 힘들고 보니, '괜찮아'라고 말하지 않으면 다음으로 갈 수 없다는 걸 알 듯 하다.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말. 잘못했다는 사실에 매달려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니까.
2020/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