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앞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힘

by 수담

토인비가 『역사의 연구』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1차 대전 이후 서구 문명의 몰락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상황에서였다고 합니다.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희망을 찾으려 했던 그의 노력이 "도전과 응전"이라는 불멸의 개념을 탄생시킨 거예요.


토인비의 가장 놀라운 통찰은 문명의 탄생 조건에 관한 것이었어요.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자연환경이 불리한 것이 오히려 문명 탄생의 필요조건이라고 본 거죠. 고대 4대 문명을 탄생시킨 4대강 유역은 모두 범람의 위험이 크고, 기후가 건조하거나 고온인 악조건 지역이었거든요. 참으로 역설적이죠. 우리는 편안한 환경에서 위대한 것들이 나올 거라 기대하지만, 역사는 정반대를 보여줍니다.


강연을 하면서 만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경험담이 참 많아요. "그때는 정말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니 그 시기가 저를 가장 많이 성장시켰어요"라고 하시는 분들. 어려움 속에서 발견한 자신만의 힘, 위기 속에서 피어난 창의성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모습에서 토인비의 통찰이 개인의 삶에서도 그대로 적용됨을 느낍니다.


토인비는 자신의 이론을 설명할 때 청어 이야기를 자주 인용했어요.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고급 어종인 청어를 싱싱하게 운반하는 비결은 청어의 천적인 물메기 몇 마리를 함께 넣는 것이었대요. 청어가 물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힘껏 도망다니다 보니, 그 긴장이 청어를 살아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거죠.


이 이야기는 우리 삶에 많은 것을 시사해요. 때로는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 우리가 피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 오히려 우리를 살아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토인비는 사회의 진보가 언제나 '소수의 창조적 천재'들에서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엘리트주의적으로 들렸어요. 하지만 깊이 생각해보니 토인비가 말한 '창조적 소수'는 기득권층을 의미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 기존의 틀을 깨뜨리려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아요.


거창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에는 수많은 작은 도전들이 있어요. 새로운 업무에 적응해야 하는 직장인,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 육아와 일을 병행해야 하는 부모. 모든 사람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도전을 만나고 있죠.


토인비의 이론이 위대한 것은 이런 개인적 차원에서도 적용된다는 점이에요. 우리가 만나는 어려움들을 단순히 불운이나 장애물로 보지 않고, 성장의 기회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거든요.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기록이다." 이 말은 과거에 대한 설명일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하나의 지침서이기도 해요. 완벽한 응전을 할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것은 도전 앞에서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응답해나가는 것, 그 과정에서 조금씩이라도 성장해나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