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 11월호에서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우산을 펼친 순간,
비를 맞으며 서 있는 한 외국인 남자가 보였다.
젖은 배낭에 화면 밝기를 최대로 올린 휴대 전화,
지도 앱 검색창에는 'Daiso(다이소)'가 떠 있었다.
빗물이 그의 어깨를 타고 팔꿈치 끝에서 뚝뚝 떨어졌다.
말을 걸까, 모른 척 지나갈까,
고민 끝에 한 걸음 다가가 물었다.
"같이 쓰실래요?"
그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우산을 반쯤 내밀자 그는 머리를 한번 숙이고는 안으로 들어왔다.
"땡큐, 감사...합니다."
비 사이로 들린 그 말이 따뜻했다.
딱 하나 문제는 좁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쪽으로 우산을 기울였고 그는 반사적으로 손짓했다.
우리는 서로의 어깨가 젖지 않게 하느라 밀고 당기기를 반복했다.
마치 우산을 사이에 두고 천천히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그는 내 신발을 보며 말했다.
"젖었네요."
이렇듯 둘이 쓴 우산은 한 사람이 더 젖는 방식으로 작동하곤 한다.
오늘 젖는 쪽은 나다.
"고맙습니다. 한국 사람 친절...."
말이 서툴면 행동이 문장을 채운다.
그는 두 손 모아 인사하고는 우산 밖으로 나갔다.
몇 걸음 가다 돌아서더니 손을 흔든다.
"Have a good day(좋은 하루 보내요)!"
우산을 바로 세우자 빗소리가 다시 가까워졌다.
우산살 끝에 맺힌 물방울이 불어나다가 똑, 떨어졌다.
그날 나는 길 안내도 영어도 아닌,
우산을 상대에게 기울이는 법을 배웠다.
그 배려가 생각보다 쉽고 마음에 오래 남는다는 것과 함께.
좋은 생각 11월호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