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담
당신은 오늘 누군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넸나요? 아침에 나서는 가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퇴근길 지하철에서 문득 떠오른 그 사람에게, 혹은 거울 속 지친 당신 자신에게. 사랑은 늘 '내일'이라는 이름으로 미뤄지곤 합니다. 좀 더 여유로워지면, 조금 덜 바빠지면, 그때 제대로 사랑하겠다고. 하지만 채수아 작가는 그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바로 오늘 사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채수아 작가는 참 특별한 이력을 가진 분입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시인이 되고, 지금은 브랜드 네이밍 전문가인 네이미스트로 활동하고 계시죠. 언어를 다루는 전문가,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던 교육자, 일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시인. 이 세 가지 정체성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라는 한 권의 책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브런치에서 5,000명이 넘는 구독자들에게 일상의 따뜻한 순간들을 전해온 작가는, 이번 책에서도 그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오늘 많이 사랑해 주기. 사랑을 미루지 말고 바로 오늘, 바로 지금 사랑하기." 책을 읽다가 이 문장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섰습니다. '바로 오늘, 바로 지금'이라는 말속에는 시간의 유한함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 담겨 있으니까요. 내일은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 이건 명령이 아니라 간곡한 당부입니다. 후회하기 전에, 늦기 전에, 지금 당장 사랑하라고.
작가는 천직으로 생각했던 교직을 몸과 마음의 힘듦으로 그만둬야 했지만, 제자들을 향한 진실한 사랑의 이야기들을 책 곳곳에 남겨두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사랑이 얼마나 구체적인 실천인지 알게 됩니다. 사랑은 계획이 아니라 실천이고, 바로 지금 하는 일이라는 것.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작은 친절, 한마디의 말, 따뜻한 눈빛이 사랑이라는 것을요.
책을 읽으면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고맙고, 귀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내 앞에도, 당신 앞에도 많이 있다"는 문장을 만났을 때, 제 주변의 얼굴들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이 문장은 위로이면서 동시에 일깨움이더군요. 내 주변의 사람들을, 그리고 나 자신을 다시 보게 만드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그저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그 무조건적 긍정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잖아요.
"하루가 모여 삶이 된다. 이 하루만 잘 살면 되는 것이다."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느라 오늘을 놓치고 있던 제게, 이 문장은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지혜를 선물했습니다. 먼 미래를 걱정하느라 오늘을 놓치지 말라고, 지금 이 하루에 집중하라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면 어느새 잘 살아낸 삶이 될 거라고.
채수아 작가는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사랑이 인간을 단단하게 만들고 다시 치유하는 힘을 준다고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시집살이와 고된 희생 속에서도 기적처럼 찾아온 화해와 이해의 순간들이 따뜻한 문장에 스며 있습니다. 특히 "내 살아온 삶을 축복합니다"라는 문장 앞에서 저도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후회와 번뇌로 많은 시간을 아파했던 지나온 날들이 떠올랐지만, 이 문장 덕분에 "나도 내 살아온 삶을 축복합니다"라고 스스로에게 들려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지친 하루를 건너고 있는 이에게 필요합니다. 누군가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이에게, 스스로를 다시 사랑하고 싶은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사랑과 용서의 실천 방법을 배울 수 있고, 무엇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작가는 말합니다. 작은 친절이 인생을 바꾸고, 한마디의 말이 버틸 힘이 되는 거라고. 그리고 그 실천은 바로 오늘, 바로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채수아 작가의 "사람을 사랑하는 일"을 펼쳐보세요. 그리고 오늘, 바로 지금, 당신 곁의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보세요. 혹은 거울 속 당신 자신에게라도. 사랑은 미루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니까요. 이 책이 당신에게도 그런 용기를 선물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