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달력을 넘겼을 뿐인데
갑자기 손이 바빠졌다
3일이 짧은 달이다
그런데 몸은 한 달을 잃은 것처럼 굴었다
분명 어제도 시간은 똑같이 흘렀는데
2월이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 재촉하는 것 같았다
달력이 시킨 것도 아닌데
몸이 먼저 알았다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이 달은 그냥 지나간다고
《 작가의 말 》
이 시는 하나의 몸의 관찰에서 출발했다.
2월 달력을 보는 순간 손이 바빠지는 것.
실제로 2월은 다른 달보다 3일 짧을 뿐이다.
그런데 우리 몸은 그 3일을 한 달처럼 느낀다.
왜 그럴까.
달력을 보는 눈이 먼저 계산을 한다.
28일밖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뇌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등 뒤에서 누군가 재촉하는 것 같은 감각.
아무도 시킨 적 없는 조급함.
"달력이 시킨 것도 아닌데"라는 행이 이 시의 핵심이다.
조급함의 출처가 어디인지 우리는 모른다.
2월이라는 숫자를 보는 것만으로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것.
생각이 아니라 몸이 먼저 쫓기기 시작한다는 것.
마지막 행 "이 달은 그냥 지나간다고"는 설명이 아니라 몸이 느끼는 공포의 언어다.
2월을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그 감각, 듣자마자 동의가 되는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