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같은 별 아래의 고독들

by 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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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별 아래의 고독들


혼자라는 것을 받아들인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저 멀리 반짝이는 별빛이 수억 년 전 출발한 빛이라는 것

지금 내 눈에 닿는 순간 그 별은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것

그럼에도 빛은 여기 와 닿았다

홀로 여행해온 그 오랜 시간을

누군가의 눈동자 안에서 마침내 쉬고 있다


혼자였기에 가능했던 여행

혼자였기에 닿을 수 있었던 만남


아침 출근길에서 마주친 낯선 이의 피곤한 눈빛

점심시간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는 누군가의 고요한 뒷모습

저녁 창가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 이의 그리움


우리는 각자의 고독 속에서 서로의 고독을 알아본다

말하지 않아도, 닿지 않아도

같은 무게의 외로움으로


길을 잃었을 때 혼자라서 더욱 선명해지는 것들

발걸음 소리, 바람소리, 마음 뛰는 소리

내 안의 나직한 목소리


"괜찮다, 괜찮아

모든 것이 혼자였으니까

처음부터 혼자였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걷다 보면

어느새 집 앞 골목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창문들

그 안에도 각자의 혼자가 있겠지


혼자가 혼자를 위로하는 밤

우리는 모두 같은 별 아래 살고 있다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마음에서

같은 달을 바라보며


혼자이기에 가능한 자유

혼자이기에 열리는 문들

혼자이기에 들을 수 있는

타인의 고독이 건네는 작은 안부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라서 가능한 만남들이 있다

고독과 고독이 서로를 알아보는

그 순간의 따뜻함이 있다


그러니 혼자여도 괜찮다

아니, 혼자이기 때문에 괜찮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방식으로 혼자이니까

같은 마음으로 외로우니까


오늘도 누군가는 창가에 서서

멀리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나처럼, 너처럼

우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