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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광 Apr 11. 2017

#1 경제수명이 제한된 상황에서의 커리어 관리

연봉 극대화 vs 경제 수명 극대화 

커리어 관리의 목표를 '연봉 극대화'에 두는 것보다 '생애 전 기간 벌어들이는 수익의 총액 늘리기'에 맞추는 것이 개인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 데에 훨씬 유리하다.


누구나 은퇴한다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사는 사람은 없다. 죽지 않을 듯 살아가는 것이 더 희망적이니 굳이 죽음의 공포를 옆에 끼고 살 이유가 없다. 그래서 죽지 않을 듯, 미래를 부정하고 살아가는 삶에 모두가 익숙하다. 은퇴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누구나 은퇴한다. 나도 예외가 아니란 걸 알고 있다. 게다가 그 은퇴의 시기란 것이, 원하는 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느닷없이 내게 들이닥칠 것이란 것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다. 하지만 죽음을 대하듯 은퇴 역시 나의 일이 아닌 듯 부정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좀 더 희망적이다. 그런 삶에 우리는 모두 익숙하다. 


축복받은 은퇴는 없다.
일부 전문직을 빼면 축복받으며 행복하게 은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게 되었다. 25년을 공부하고, 30년을 직장에 다니다 10년의 안락한 노후를 보낼 수 있었던 시절은 이제 사라졌다. 30년을 피 말리게 경쟁하며 공부하다 기껏 20년을 직장에 다니고 나머지 35년을 백수로 살아야 한다. 운이 나쁘면 15년 직장 생활을 끝으로 40년을 무위고와 자괴감으로 보내야 하는 수도 있다. 가방끈이 길수록, 더 잘 나가는 직장에 다녔던 사람일수록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정점에서 꺽인다
은퇴가 축복이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모든 은퇴가 정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상승 곡선은 정점에서 꺾인다. 꺾이는 양상은 순식간이다. 달리던 자전거가 쓰러지듯 멈추는 순간 쓰러지고 만다. 달리는 동안은 쓰러질 것을 예측할 수도 없다. 게다가 높이 올라갔던 사람일수록 더 큰 추락의 충격을 경험한다. 연착륙할 시간도 주지 않는다. 정점에서 꺽이는 변곡 기간은 길어야 2년이다. 대게는 징후가 나타나고 1년 안에 현실이 된다. 빠른 경우 두 달 사이에 인생이 바뀐다. 더 큰 회사에서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구사하던 사람일수록 더 깊은 커리어 절벽을 경험하곤 한다. 


한창때 그만둔다
정해진 나이까지 임원을 달지 못하면 어떤 이유를 달아서든 내보내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가고 있다. 임원이 되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나이 많은 임원이래봐야 50대 초반이다. 재계약이 안되면 중고등학생인 애들 학비를 걱정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더 좋은 스펙을 만들면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몇 년을 휴학했던 사회 초년생들은,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했던 기간만큼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시기가 단축되었다는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환경은 변했고, 변하고 있다. 퇴직연한이 56세밖에 되지 않는다고 오륙도로 불리던 자조 섞인 농담이 사오정이라는 농담으로 대체되기까지 몇 년 걸리지 않았다. 대표이사가 되지 않는 다음에야 지금 직장인들 중에 56세까지 회사에 다닐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운이 좋아 56세까지 다닌데도 나머지 40년을 일없이 살아야 한다. 56세까지 회사를 다녀도 나머지 여생에 필요한 돈을 다 모은 자산가는 극소수이다. 대개는 은퇴 이후에도 다른 경제 활동을 마련해야만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는다. 


관점을 바꾸자
직장인의 회사 생활 목표는 지금까지 대개 더 높이 올라가서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데에 맞추어져 있었다. 그런 목표를 가능하게 해주는 회사일수록 더 좋은 회사이며, 내 커리어 관리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빨리 올라가서 더 많은 월급을 받아도 회사를 오래 다닐 수 없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알지 못했다. 게다가 회사 안에서 통용되던 나의 스킬셋들이 회사를 벗어나는 순간 무용지물이 된다는 걸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경제활동을 얼마나 더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없이 더 높은 직급과 더 높은 연봉만을 지향했던 지금까지의 커리어 관리는 문서상에 표기된 정년 연한이 보장될 때에나 가능한 이야기였다.  


환경이 변화되면 인식의 틀을 바꾸는 것이 살아남는데 유리하다. 97년 외환위기, 은행과 통신사처럼 건실한 기업들은 정부가 뒤를 봐줘서 부도날 일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자본시장에서 유통되는 돈들은 리스크 개념이 없이 오로지 수익성 관점에서만 가격이 매겨졌다. 그러다 기업은 물론 국가마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수익성 못지않게 안정성과 환금성도 중요한 돈의 가치란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 여파로 신용등급과는 무관하게 같은 가격으로 팔리던 회사채들이 안정성과 환금성에 따라 가격이 천양지차로 달라졌다. 그런데 그전부터 돈의 가치를 리스크 관점에서 넓게 보았던 일부 회사들, 안정성과 환금성을 동시에 관리하던 회사들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그 와중에 큰돈을 벌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인식을 먼저 전환한 사람은 힘든 시기를 좀 더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수명을 연장하자.

현재 하는 일과 관련된 역량을 바탕으로 급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기간을 경제 수명이라고 하자. 사무직종사자가 업무 역량과 무관한 단순 노동을 하게 된다면 이는 경제 수명 기간에서 빼는 것이 맞다. 지금까지커리어 관리의 목표를 “연봉 극대화”에 맞추어 노력해 왔다면 앞으로는 인식을 바꾸자. 한두 해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이 인생사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대신 커리어 관리의 목표를 “경제 수명 전 기간 동안 벌어들이는 수익 총합 늘리기”로 잡자.  


경제 수명과 생애 전 기간 총수익 비교


경제 수명 전 기간 동안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세로축의 높이를 키우는 방법 즉 특정 기간 벌어들이는 수익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가로축의 길이를 늘리는 방법, 즉 경제 수명을 늘리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경제 수명의 연장이 커리어 관리의 주요한 목표로 인식이 되었던 적은 없었던 듯하다. 이 두 가지 전략이 별개로 존재하지만은 않는다. 하나를 늘이기 위해다른 하나를 의도적으로 줄일 수 있다. 수익이 정점을 칠 무렵 높이를 인위적으로 낮추어 정점을 치는기간을 지연시키거나, 수명 연장이 가능한 분야로 몸값을 낮추어 이동하는 등의 유의미한 전략이 나올 수있다. 


경제 수명의 연장은 수익의 극대화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은 일하는 기간 동안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자존감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 보면 인적 자산의 활용을 극대화해 사회 발전을 도모하고, 세수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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