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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달 Nov 17. 2024

생각과 발상은 구체적일수록 새롭다

새로움의 양면

연말이 되면 신규사업에 대한 부담이 밀려온다. 기존 사업과 차별화된 새로움을 원하는 건 어느 조직이든 마찬가지일 거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새로운데 익숙한 아이디어 좀 내봐'가 아닐까? 


큰 조직, 안정적인 조직일수록 역설적으로 쇄신과 변화를 원한다. '창의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잦다. 하지만 막상 참신한 아이디어를 들이밀면 주춤하는 경우가 대다수. 변화를 원하지만 아이디어는 '검토'라는 명목 아래 묻히고, 기존 업무나 익숙한 사업들이 기득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보고서를 채운 표현과 문장은 이미 저 앞에 가있을 수 있다. 아직 요정도 밖에 내딛지 못했는데 그것을 설명하고 있는 문서는 이미 앞서나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매년 이전과는 차별화된, 뭔가 다른 새로움을 요구하는 지시가 패시브처럼 따라붙다 보니 일의 실제보다 표현이 조금 더 앞서 나가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마치 혁신을 혁신한다는 느낌.


경험상 리더가 새로운 발상을 책임져줄 때 창의적인 발상이 가능하다. 매년 비슷한 형식과 주제로 채워진 세미나, 간담회, 포럼이 대부분일 때 '역발상 포럼'이라는 콘셉트로 다음 연도 포럼 계획을 상사에게 보고한 적 있다. 기존의 형식에서부터 탈피해야 새로운 발상이 나올 수 있다는 취지의 포럼이었다. 이를테면 인구소멸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기회라고 생각해 본다면? 그리고 그 주제를 논할 패널 또한 사회학이나 인구학과 전혀 무관한 분야의 전문가로 섭외한다면? 오히려 그런 역발상으로 인구소멸을 막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의 논리로 작성한 보고서를 상사에게 들이민 적 있다. 흔쾌히 허락을 받아 즐겁게 새로운 시도를 해본 좋은 경험이었다. 


새로운 발상과 도전을 용인하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뻔한 결론을 내려고 쓰는 챕터는 아니다. 그런 리더십을 이끌어 내려면 새로운 발상을 현출 하는 문서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새로운 계획, 사업, 행사가 설득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구체성'이 가장 중요하다. 결정권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사업이든 행사든 본인의 결정에 책임질 수 있는가를 종국적으로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도도 중요하지만 그 새로운 시도를 믿고 밀어붙일 수 있게끔 만드는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우리가 이렇게 해보자"는 슬로건보다는 "어떻게, 언제, 누구와 함께,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상세히 기술한 계획이 이 사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령 역발상 포럼 아이디어를 보고할 때 단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포럼"이라고만 적었다면? 설득력 제로다. 대신 어떤 패널을 부를 건지 구체적인 명단(그들을 과연 부를 수 있을지는 몰라도 ^^;)과 그 패널들의 토론에서 어떤 인사이트를 기대할 수 있는지의 대략적인 예측들을 시나리오처럼 자세하게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상 일정, 무엇보다 위험 요소에 대한 대처 방안까지 준비해야 한다. 역발상 포럼의 위험요소는 하나였다. 실제 쓸만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겠는가?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의 결과물로 엮어낼 것이었다. 보통의 포럼이나 세미나 방식에서는 두툼한 결과보고서가 나오는데 이 새로운 방식의 포럼에서는 어떤 결과물이 나오느냐다. 위험요소라면 위험요소였기 때문에 결과물의 산출에 대해서도 한번 더 역발상을 적용했다. 딱딱한 형태의 개조식이 아니라 녹취 그대로를 해제한 형태의 줄글 형태, 책자의 형태로 발간하겠다는 보고를 했다. 누구나 해당 분야에 새로운 발상이 필요할 때 편하게 펼쳐보면서 참고할 수 있도록 구어체를 그대로 풀어서 책자로 발간하겠다는 식으로 위험요소에 대한 우려를 대처했다. 결론적으로 아쉬움도 많은 포럼이었지만 목표했던 대로 6번의 포럼을 거쳤고, 그동안의 방식과 달리 쉽게 읽힐 수 있는 줄글이 들어간 책자로 결과물을 만들어 배포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리더와 조직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 아이디어가 안전하게 실행될 수 있다는 신뢰를 심어줄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가 필요하다. 단순히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말에서 끝나선 안된다. 어떻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행 가능한 계획으로 만드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매년 말 신규사업 부담을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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