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의 광고대행사 생활을 마무리하며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광고주가 광고대행사의 본부장이 되어 새 판을 꾸렸기 때문이다.
나에겐 함께 해온 전담 광고주가 있지만, 그의 기세는 꺾지 못했다.
왠지 쎄~한 기분에
몇 년을 준비해 온 플랫폼 기획안을 마무리하고
아내에게 기쁨의 톡을 보낸 직후
본부장이 나를 불렀다. 퇴근 시각 5분 전이었다.
나르시시스트로 소문난 그다. 그렇다고 해도
성과는 부인할 수 없고, 진격 속도는 눈부셨다.
나는 화를 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감정이 앞섰다.
시간을 벌기로 했다.
광고주와의 인사. 하던 일의 마무리.
퇴사일을 늦추고, 위로금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하기로 했다.
대표는 죽는소리를 하지만, 난 그렇게 순수하지 않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고, 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다.
내일 광고주와 만난다.
내가 없다고 해도 다른 이와 하면 그뿐이다.
그래도 난 당신 덕에 이렇게 몇 달이라도
더 생존할 수 있었으며, 다만 몇 푼이라도
더 받아낼 수 있었다며...
그리고 진행하는 일은 그대로 이 회사와 하기를
권할 것이다. 하지만, 다음 프로젝트는
나에게도 기회를 달라 할 참이다.
이곳에 나의 퇴사 후 일기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한켠에는 내가 광고회사에 입사한 후
벌어졌던 에피소드를 기억나는 대로 적어보려 한다.
인공지능의 도움 없이 하나하나 마음의 펜으로
꾸욱꾸욱 눌러쓸 것이다.
그동안 수고했어. 김씨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