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통역사입니다.
시드니에서 통역사로 일하고 있다. 동시 통역사나 국제회의 통역사가 아닌 생활 밀착형 통역사라고 적고 보니 내가 하는 일과 정말 잘 맞는 표현이라 생각되어 혼자 재미있다.
주로 두 사람사이의 대화를 순차적으로 통역하는 나의 일은 의료, 교육, 복지, 법률상담등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분야를 포함한다. 게다가 삼자 혹은 다자 통화로 이루어지는 전화, 화상통역은 전기 전화 인터넷 연결, 세금 관련, 비자 문의, 심리상담, 보험처리, 벌금등 그 범위가 속속들이 인생사이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망설여지는 법정통역으로부터 눈 크게 뜨세요, 깜빡이지 마시고요. 아~ 하세요 등 꼭 통역해야 하나 싶은 표현까지도 하고 있지만 칠, 팔십 대 연로하신 분들의 녹내장 검사는 얼마나 절실한가, 아이학교의 선생님과 상담하는 호주가 아직은 낯선 엄마는 또 얼마나 간절한가! 그 중간에서 서로가 충분히 언어적으로 또 정서적으로도 이해되도록 나의 일은 오늘도 밀착형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호주에서 통역사 시험과 자격증을 담당하는 기관 National Accreditation Athority for Translators and Interpreters (NAATI)에 의하면 현재 호주에는 178개의 언어를 통역하는 10,500명 이상의 통역사가 등록되어 활동하고 있다. 여기에는 호주 원주민들의 다양한 언어 29가지가 포함되어 있고 AUSLAN이라고 하는 수화도 포함된다. 그중 통역수요가 많은 언어에는 중국어, 아랍어, 페르시아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한국어가 있다.
번역과 통역을 썩 잘 해내는 어플이나 AI가 발달되어 있고 이중언어 구사자들이 증가하면서 사라지는 직업군이라는 염려를 종종 듣는다. 특히 근래에 많이 느끼는 것은 워킹홀리데이나 유학으로 호주에 와있는 2, 30대의 영어실력, 그중에서도 말하기는 썩 훌륭하다는 것이다. 미국식 발음의 그 유창함은 내가 하는 호주영어보다 세련된 느낌이다. 그 방법에 있어서 시행착오도 많았고 부정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말하기 위주의 영어 조기 교육을 강조한 지난 몇십 년의 결과일 것이다. 일의 특성상 혼자 다니며 일하는 외로울 수도 있는 직업이지만 가끔 특별한 행사나 세미나에 한 명 이상의 통역사가 필요할 때면 안면은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나의 직장 동료를 만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우리가 하는 밀착형 통역은 대체될 수없다는 것을 말이다. 통역사의 생각이나 의견을 덧붙일 수는 없지만 언어만 기계처럼 통역하는 일이 아니라 어간의 의미나 말하는 사람의 의도까지도 상호 전달하여 문화차이에서 있을 수 있는 오해를 최소화하고 단지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올 수 있는 소외감을 없이하고자 하는 우리의 일은 따뜻한 눈 맞춤이나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작은 몸짓을 더하여 앞으로도 오랫동안 유지가능한 직종이라는 것을 말이다.
일에 따른 수입을 가져다주고, 가끔은 제법 높은 힐을 신고 나갈 이유도 되며 특히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기쁨과 보람, 다양한 사람들과 밀착되어 일하는데서 오는 때론 울컥한 감동 혹은 잔잔한 위로가 있기에 오늘도 일하고 또 이렇게 나의 삶에 한 겹의 기록으로도 남겨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