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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수연 Nov 04. 2020

어색한 공기에 대한 면역력이 없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티 안 나게 자연스러운 척 연기를 한다.


그 누군가란 매일 만나는 가족들 빼고는 거의 전부인 것 같다. 어색한 공기가 싫어서 괜스레 웃고 친절히 대하고, 상대가 민망해하거나 어려워할 땐  적당히 무신경하게 '쿨한 척'도 하면서, 상대의 관심을 얻을만한 화두를 찾기 위해 맷돌을 무척 열심히 굴린다.


원래 성격이 이러하니 예전 기자 생활 당시 연예인들 인터뷰할 때마다 '너무 편해서 속 깊은 이야기까지 다 했네요'라고 말해주곤 했다. 나 스스로도 타고난 인터뷰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기도 했다.


'너와 있어도 너와 있는 것 같지가 않아'라는 예리했지만, 내겐 비수 같던 말을 던진 사람도 있고, '난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넌 아니었던 것 같아'라고 말하며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고치고 싶은데 잘 안된다. 누군가를 만나면 어색한 공기나 갈등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억지로 더 많이 웃어 보이고,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내 이야기와 감정을 과장시키기도 한다. 내 진짜 모습이 아니라는 점도 문제지만, 주로 제 살 깎아먹는 때가 많아서 싫다. 그러나 내 의지가 관여할 틈이 없다. 제어할 타이밍을  찾겠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만나는 일은 내겐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겉으로 보면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말도 잘해서 외향적 성격, MBTI  'E'타입 같아 보이지만, 전형적으로 혼자 있을  에너지를  얻는 'I'타입이다. 그렇다고 사람들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만나서 분위기가 무르익어,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하하호호 웃다 면 새로운 생기가 생기고, 묵혀둔 감정들이 해소되기도 하며 몰랐던 기쁨을 알게 되기도 한다.


만남 외의 수단에서는 무조건 전화보다는 문자다. 문자는 목소리를 꾸미지 않아도 되고, 어색한 침묵의 순간을 견디지 않아도 된다. 주고받는 문자 속에서도 오묘한 갈등 상황을  캐치(혹은 오해)하는 편이라 종종 피곤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좋게 생각해서 그냥 분위기를 잘 맞추려 노력하는 장점으로 보아도 되지 않을까. 렇게 상대를 대하는 모습도 진짜 내 모습의 일부이기도 할 테니.


그러기엔 내가 아닌  같은 나를 나라고 단정 짓는 상황들이 무척 싫다.  인위적모습으로는 진실된 관계 형성이 어렵기에 속상하다. 그래서 구구절절 글에 담고, 음악에 담고,  시간에 걸쳐 보여주면서라도  나를 보여주고 싶은  같다. 화면에 비치는 모습만으로 판단되는 유명 연예인들은 오죽 힘들까 싶다.


이런 성격이   쓰게 들고 음악으로 표현하게 하는 걸까. 시간이 걸려도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때로는 말보다 어떤 멜로디나 그림이 나를 더 잘 보여주고, 구체적인 서술보다 은유적 표현이 내 마음을 더 잘 대변한다.


그래서 예술하는 사람들 중에 예민하거나 사회성이 좀 부족해 보이는 듯한 사람이 많은 걸까. 사회적 소통이 답답해 자신만의 언어로 소통하는 사람들. 


사실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답답한 부분들 있을 거다. 남들과 다르지만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이 거나, 진정한 소통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같다. 살다 보니 익숙해져서 불편함을 잊거나, 혹은 생업이 바빠서 잊고 살아가기도 하겠지. 풀리지 않는 응어리들은 마음 한켠에 접어둔 채로.


그래서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예술에 참여하기도, 누리기도 하는 것 아닐까. 예술은 매우 발전적인 방향의 분노 표출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정형화된 듯한 사회  숨구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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