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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이저 Jan 11. 2022

22.1.10

고양이

   


올해 신년을 친구가 사는 나주에서 보냈다. 나는 휴가기간이었지만 P는 출근을 해야 했고 본의아니게 하루에 반나절 이상은 친구 없는 친구네 집에서 친구 고양이 2마리와 지내게 되었다. 우리집에서도 고양이 두마리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남의 집 고양이는 뭐가 그렇게 다를까 싶었다. 그런데 세상에 상당히 달랐다. 아는 고양이가 2마리에서 4마리로 확장되자 내가 얼마나 고양이를 단편적으로 보고 일반화 했던 건지 알게 되었다. 친구네 집 고양이들을 보기 전에 고양이들이란 굉장히 손이 덜 가고, 은근하며 독립적인 동물이구나 생각했었더랬다. 물론 강아지 두마리와 동시에 키웠기 때문에 비교 대조군이 있어서 더 고양이들의 독립심이 돋보였던 거 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런 생각은 친구 고양이들을 보자마자 깨졌다. 친구네 고양이들은 훨씬 더 뭐랄까, 성가셨다(친구 P와 냥이들에게 이자리를 빌어 사과를). 우리집 강아지들보다도, 내가 가르치던 초등학생들보다도 말이 많고 까다롭고 요구사항이 더 많았다. 일단 겁이 상당히 많으면서 관심이나 손길을 거두면 바로 이뻐해달라고 울었다. 쓰다듬을 때에도 자신들이 원하는 적절한 스냅과 강도가 있었고 쓰다듬기를 허용하는 곳도 굉장히 국지적이었다. 이것도 시간이 흐른 뒤에 비로소 알게 된 것들이고 첫인상은 '거 참 되게 까다롭네' 정도가 다였다.



나주는 차 없이 어디 가기가 굉장히 애매한 것이 제주도 보다 더했다. 친구가 회사에 있을 때 딱히 할일이 없었던 나는 친구네 고양이들을 오래오래 관찰했다. 우리집 고양이도 이렇게 유의 깊게 관찰해보진 않았던 것 같다. 관찰 결과, 이 고양이들은 내가 알던 고양이들보다 상당히 겁이 많다. 겁을 이겨내고 살금살금 다가올 만큼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도 많아 슬쩍 다가오고 내빼기를 반복하는 것이 챠밍포인트였다. 아보와 바나는 남매지간이지만 우리 집 냥이들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기 때문에 그 둘의 상이성보다 우리집 냥이들의 상이성이 더 두드러진다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실제로 아보가 훨씬 애교가 많고 대담하며 바나는 그에 비해 쑥쓰럼 많은 내적관종이지만 둘은 대체적으로 비슷하게 행동했다. 같이 다니고 같이 울고 같이 먹었다. 우리집 냥이들은 이들에 비해 훨씬 인싸형이고 독립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수면 패턴도, 좋아하는 장난감도, 좋아하는 장소도 다르다.



숨을 쌕쌕거리며 자고 있는 냥이들의 숨소리와 온기가 느껴질 때면 살아있는 모든 것은 저마다의 성격과 고유성이 있다는, 이 고루한 문장이 새삼스레 와닿는다. 성격을 영어로 하면 'person'ality라는 사실을 이상하게 여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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