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평안
새집에서의 생활은 평화롭고 조용했다. 특별히 층간소음 문제도 없었으며, 이웃집도 조용한 편이라
평안했다.
나는 집들이 선물로 받은 대용량 에어프라이어로 온갖 음식들을 돌려 먹었다. 정말 끝도 없이 먹으면서 행복과 평안을 즐겼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집안에 새 물건들을 하나 둘씩 들여 놓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솔로지옥'에 나온 이불도 사고, 내몸만한 기린 모양 바디필로우랑 에어컨이 없는 침실을 위한 서큐레이터까지 구입했다. 그렇게 하나 둘 씩.
주문은 하나씩 했으니, 하나 둘씩 산 것이 정확하다.
그리고 친구와 동료들을 불러 집들이도 여러번 했다. 4 ~ 5번 정도 한 것 같은데, 그럼에도 당시 코로나19라 오지 못한 친구들도 있었다.
코로나19.
가급적 집에서 나가지 말고 집안에 틀어박혀 생활하라고 나라에서 말하던 시절. 나는 넓어진 내 공간이 좋았고 그 안에 있는 것이 그저 즐거웠다. 생각보다 할 것이 많아 주말동안 집에 있으면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렀다.
인스타그램의 유명인이 되겠다며 이런저런 영상들을 만들기도 했고, 안정적인 공간이 생겼으니 글 쓰는 것에 집중해보자며 브런치도 발간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그저 나의 공간이 생겼기에 즐거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즐거움과 평안은 딱 1년이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서 업무를 하는 중에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처음에는 문자 내용이 무슨 뜻인지 몰라 몇 번이나 정독했다. 그런데 반복해서 읽으면 읽을 수록 소름이 돋았다.
나는 급하게 반차를 내고 사무실을 뛰어 나갔다. 딱히 만날 사람이 있다거나, 뾰족한 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무실에서 통화를 시도하고 이것저것 검색해보는 것이 불편했기에
그리고 평안을 찾아야만 했기에
나는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집주인에게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고, 문자에서 알려 준 단톡방에 들어가 보아도 숫자 1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뜬눈으로 밤을 보내며 지쳐갔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HUG를 찾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