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수수한 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수한 Oct 04. 2019

시간은 애정과 비례한다

부족한 시간이 알려주는 솔직한 마음

쓰는 시간으로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무한하고 여유로울 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붙잡아 한 번 더 본 적도 있지만, 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지니 오는 사람을 때로 막고 가는 사람에 매정해지기도 한다.

모든 선별 과정이 알려주는 건 애정도다. 시간은 애정에 비례해 사용된다.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시간

요즘은 내게 만나자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바쁘고 지친 티를 많이 낸 탓에 선뜻 약속을 잡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덕에 변화가 좀 생겼다. 보통 만나자는 사람들을 내가 가진 시간에 분배하는 수동적인 방식이었다면, 요샌 내가 보고픈 사람들과 하고픈 활동을 능동적으로 분배한다. 짬이 나면 내 시간을 잘 보내는 게 우선이오, 그다음은 무언가 재밌는 걸 하려고 하고, 재밌는 사람들을 만나려 한다.


죽을 때가 돼야 진정 삶에 필요한 게 뭔지 알게 되고, 위급한 상황이 닥쳐야만 진짜 소중한 게 뭔지 깨닫는 것처럼, 시간이란 자원을 귀하게 써야 하는 상황이 되니 정말 내가 좋아하는 시간이란 어떤 것인지 알게 된다.

자판기처럼 필요한 걸 꺼내 먹거나 제 하고픈 말만 줄창 쏟아내는 주크박스가 아니라 오가는 즐거움을 아는 대화, 그것이 있는 만남만큼 소중한 시간이 없다. 대화 주제도 중요하다. 대화 자체가 즐겁다면 주제는 하늘부터 땅까지 우주부터 미생물까지 뭐든 될 수 있다만, 지나친 불평이나 뒷담화, 과시는 질색이다.

통하는 대화로 이루어진 영화, ‘비포 선라이즈’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에 솔직하고 타인에겐 배려 있는 대화 상대를 구하기란 어렵다. 어떤 주제로 전환돼도 자기 생각을 말하려면 웬만큼 아는 게 많지 않고서야 어렵다.

매번 절감하는 부분이다. 내가 알고 좋아하는 건 이 넓은 세상의 쬐그만한 일부였구나, 최근 다른 영역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많이 느꼈다. 배울 점이 있기에 내 시간의 짬을 열심히 내주고 있고, 잘 듣기 위해선 바탕을 잘 다져 놔야겠구나, 생각한다.


지금은 그렇다. 이러다 보면 영영 못 만날 사람들도 있게 될 거 같은데, 어쩌지? 나 정말 사람 고르기나 하는 나쁜 사람이 된 것 같네, 검열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럼 다시 힘주어 생각한다.

그래, 좀 나빠보자. 뭐 어때, 인생은 짧고 내일 당장 생을 마감할지도 모르는데 좋아하는 일하고 사람 만나는 게 뭐 대수야, 조금 낙관적으로 봐서 인생이 좀 길다면, 지금 미안한 사람들도 다 돌고 돌아 만나게 될 테지?! 그렇다. 지금은. 내일은 변할지도 모르지만 그땐 또 바뀐 생각으로 살면 되는 거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것 천지.

이렇게 점점 더 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가지만, 싫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내 마음이 가는 방향을 따라가는 게 정답이란 걸 소수의 좋은 벗들이 알려줬으니까. 그 마음을 믿는다. 믿는 건 소중한 마음들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글 없는 시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