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대하여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에는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다루는 온갖 세포들이 등장한다. 세수세포, 패션세포, 명탐정세포 등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한 다섯 가지 세포보다 훨씬 다양한 세포로 주인공 유미의 내면을 설명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흥미롭다. 이 웹툰을 볼 때마다 내 속에서 가장 힘이 센 세포는 무엇일까 생각한다. 여러가지 감정세포가 결합한 거대감정세포가 괴물처럼 휘두르고 있지 않을까.
"어떤 감정이 드나요?"하는 질문을 받았다.
작년 가을과 겨울의 몇 주 동안, 나는 어느 때보다 많이 감정을 생각했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무엇이 그 감정을 느끼게 했는지.
찬찬히 뜯어보면 괴물의 얼굴도 우스꽝스러워졌다.
거짓말처럼 가을의 병은 사라졌는데, 신이 나 다시 감정을 잊고 살았다.
사는 대로 느끼고 그 모든 감정의 총탄을 그대로 맞았다.
환절기 감기처럼 그 병이 다시 돌아왔다.
"어떤 감정이 드나요?" 다시, 나에게 묻는다.
"요즘은 분노, 괴로움, 슬픔 같은 감정이 커요.
바깥에서 기인하기도 하고 내 행동에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이들이 찌르는 건 나예요."
내 감정이라 나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우울, 체념, 걱정 같은, 이왕이면 피하고 싶은 친구들과도 손을 잡으라 제안한다.
나는 싫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싫다고 한다.
판도라가 열어버린 상자 밑바닥에는 조그만 희망도 함께 들어있었다는 오래된 신화처럼, 항상 희망은 작고 미약하다. 그래서 더 소중하고 다행이다. 참.
P.S. 왁자지껄 일없는 졸업생으로 사는 힘듦에 대하여, 우리 인생의 치졸함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오는 길. 버스 단말기의 0416이란 숫자가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오늘이 4월 16일이구나. 잔뜩 흐릿해진 정신에 불이 들어왔다.
오늘은 4월 16일이다. 4월 16일이다. 되뇌이는 것밖에 무엇 하리. 결과에 따라 의미와 무의미를 가르고 그에 따라 내 존재 자체가 무의미에 가닿은 절명의 순간에도 이 숫자를 생각해야지.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고. 내 눈물과 그로부터의 3년의 시간이 결코 그저 시계 위에 쌓인 먼지같은 시간은 아니었다고.